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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힘 좋고 조용한데 연비까지 뛰어난 쏘렌토 하이브리드…"디젤 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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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 하이브리드 시승해보니
실제 연비 ℓ 당 18.4㎞…공인 값보다 20% 우수
넉넉한 '나만의 카페' 2열 독립시트
3열까지 모두 사용하면 공간 다소 부족
한국일보

기아자동차의 중형 SUV '쏘렌토' 외관. 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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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대표주자인 기아자동차 ‘쏘렌토’가 4세대 모델로 거듭나면서 동급 최초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장착했다. 덕분에 연료를 훨씬 더 적게 소비하면서도 강력한 주행이 가능해졌다. 하이브리드카 특유의 정숙성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패밀리카’ 또는 ‘차박’용으로 인기를 얻는 차량인 만큼 실용성까지 갖춰 당분간 ‘독주’가 예상된다.

최근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모델을 타고 며칠간 서울, 경기 일대 약 400㎞를 달려봤다. 이번 시승에선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전체적인 주행 성능을 알아보는 데 집중했다. 국내 중형 SUV 최초로 도입한 1.6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존 2.2 디젤 엔진과 비교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2열 독립시트, 3열 좌석공간 등 실내 거주성도 궁금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된 첫 번째 중형 SUV다. 덕분에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면서 실내 거주성이 대폭 개선됐다. 전장은 4,810㎜로, 기존 대비 10㎜ 길어졌는데, 휠베이스는 35㎜ 늘어난 2,815㎜에 달한다. 덕분에 2열에는 동급에서 최초로 독립시트가 적용돼, 탑승자의 승차감과 편의성을 개선했다. 또 좌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던 3열 시트도 넓어지고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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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중형 SUV '쏘렌토'가 도로에서 주행하고 있는 모습. 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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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디자인에서는 최근 기아차의 SUV 디자인 철학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가아차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 그릴은 더욱 크고 넓어져 웅장한 느낌을 강조했다. 그릴은 LED 헤드램프와 하나로 연결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랑이 눈매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은 맹수의 눈을 바라보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줬다.

측면부는 후드 끝부터 리어 램프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롱 후드 스타일’ 캐릭터 라인을 적용해 단단하면서도 풍만한 볼륨감을 느끼게 했다. 다만 근육질의 형상을 강조하다 보니 실제보다 차가 짧아 보이는 느낌도 있었다. 후면부는 가로와 세로 조형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단단한 인상을 완성했다. 이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에서 사용됐던 디자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나타내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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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SUV '쏘렌토' 내부의 운전석 공간.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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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중형 SUV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넓고, 화려했다. 먼저 나란히 연결된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반)와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는 유럽 고급 브랜드에서 주로 쓰는 방식으로, 멋과 기능을 동시에 추구한 디자인이다. 실제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화면이 동일 선상에 위치해 운전 중 시야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기어 레버 대신 장착된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 역시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여줬다.

2열은 미니밴 ‘카니발’, 대형 SUV 팰리세이드 못지 않은 공간감을 제공했다. 독립시트를 적용한 덕분에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 착좌감은 1열 시트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편안함을 제공했다. 에어컨 송풍구도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고, 문에 붙어 있는 컵홀더 덕분에 ‘나만의 카페’ 같은 분위기도 연출됐다. 곳곳에 부착된 USB 포트는 스마트폰, 태블릿PC을 손쉽게 충전할 수 있게 했다. 3열은 2열만큼 넉넉하지는 않지만, 별도의 공조장치 조절 버튼, 컵홀더 등이 장착되고 키 170㎝의 성인도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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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SUV '쏘렌토'의 실내 공간.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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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UV 판매 1위인 쏘렌토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넉넉한 적재 공간이다. 3열을 접은 상태에서 제공되는 기본 용량은 705리터다. 이는 경쟁 모델인 '싼타페'(634리터)보다 71리터 가량 큰 크기다. 실제 성인 4명이 타고, 트렁크에 텐트, 천막, 아이스박스, 테이블, 의자 등 4인용 캠핑 장비를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만 3열까지 모두 사용할 경우에는 트렁크 바닥면에 작은 짐밖에 싣지 못해 다소 아쉬웠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m의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최고출력 44.2㎾, 최대토크 264Nm 구동 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230마력, 시스템 최대토크 35.7㎏.m의 힘을 발휘한다. 연비는 ℓ당 15.3㎞에 달한다.

시승을 하기 전까지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이 1,775㎏에 달하는 쏘렌토를 끌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운행을 한 지 30초도 안돼, 의구심은 사라졌다. 출발할 때는 전기모터가 차량을 가볍게 움직였고,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이 즉각 개입해 경쾌하게 속도를 높였다. 6단 자동변속기는 2단에서 6단까지 부드럽게 변속해 우수한 가속감과 승차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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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SUV '쏘렌토' 의 주행 모습.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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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주행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입 여부에 따라 가속감이 차이가 컸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할 때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돼 가속감이 뛰어났다. 하지만 엔진만으로 달릴 때는 다소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며칠간의 주행을 마치고 얻은 실제 연비는 ℓ당 18.4㎞으로, 공인 연비보다 20% 가까이 우수했다. 차량에 항상 4인 이상 탔고, 짐을 가득 싣고 다닌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연비다. 주행 중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 브레이크를 적절히 밟고, 타력 주행을 많이 이용한 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가격은 트림별로 △프레스티지 3,534만원 △노블레스 3,809만원 △시그니처 4,074만원 △그래비티 4,162만원이다. 저탄소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성능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가격이다. 디젤 모델과 가격 차이가 200만원 가량 나지만, 연비가 뛰어나 2~3년 타고 나면 기름값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경제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차량을 찾고 있다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후보군에 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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