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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광일의 입] 개처럼 꼬리 흔들지 마라, 늑대 같은 야수성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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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여드리는 이 분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고,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그 뒤 서강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북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광주일보에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썼는데, 학계는 물론이고 언론계, 그리고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에 있는 모 신문사 수습기자 시험에도 이 분의 글이 출제됐을 정도다. 그때 그 글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에게 국가 경략의 근본 철학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정수리에 들이붓는 새벽 얼음물 같은” 글이었다. 그 중 핵심 내용을 발췌하면 이렇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배타성이다. 배타성은 배타적 동일성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그래서 동일성은 대내적으로 적용되고, 배타성은 대외적으로 적용된다. 배타성을 발휘하고 동일성을 유지하려는 힘이 폭력이다. 그래서 국가는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배타적 집단이라고 해도 된다. 국가 안에서 폭력은 관리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폭력을 임의대로 사용하면 국가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가진 모든 폭력성을 다 거두어서 국가가 총체적으로 관리한다. 국민은 폭력을 사용하면 안 되고, 국가는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국가라는 조직은 그 구성원인 우리 국민에게 해로움을 끼치는 외적을 향해 폭력을 써서 무찔러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서 최진석 교수의 글을 조금 더 보면 그 뜻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가가 대외적으로 폭력을 사용할 때는 군대가 나서고, 대내적으로는 경찰이 나선다. 군대와 경찰로 한 국가의 폭력은 관리되고, 내외적으로 생명과 재산이 보호되는 것이다. 국가가 안전과 이익을 공유하는 배타적 집단임을 감안할 때, 결국 최종적인 일은 전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국가는 전쟁을 하는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한 국가의 자부심과 역량은 최종적으로 군대로 표현된다. 그래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가 된다. 대통령을 규정하는 어휘 가운데 대통령과 가장 일치하는 것이 바로 군통수권자이다. 헌법 제66조에서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규정할 때, 그 핵심적인 내용은 군통수권자라는 뜻이다. 제74조에서는 따로 대통령을 군통수권자로 명문화해놓고 있다. 군 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선전포고를 할 수 있고 또 강화도 할 수 있다.(헌법 제73조) 따라서 국가의 목표는 단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이 부분은 무슨 뜻일까. 그렇다. 대통령이란 직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선전포고를 하고 군대를 지휘하여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허울뿐인 ‘평화 구호’에 도취되어 문약(文弱)으로 흐르고 있는 문재인 정권과 그 추종 세력들에게 현대국가의 본질 중에 으뜸이 상무(尙武)정신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보겠다.

'부국강병을 이루는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국가 단위에서는 배제되어야 한다. 문중이나 시민단체나 동아리나 정치집단 등에서는 부국강병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에게는 부국강병만이 유일한 길이다. 사실 부국강병에서도 ‘부국’이 ‘강병’을 위하는 것인 만큼, 국가에게는 ‘강병’이 최종 목적지다.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가슴이 뻥 뚫리는 대성일갈이 아닐 수 없는 것이고,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처참하게 총격 사살 당한 이 즈음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인 것이다. 이 분,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보고를 받았으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깨어나서 우선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경비정을 보내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강력한 의지가 있음을 매우 호전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로서 해야 할 거칠고 맹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셈이다.”

문화일보와 일문일답을 그대로 가감 없이 소개하겠다. 다음과 같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피격된 상황에서 또다시 ‘국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많이 나온다.

“국가가 무엇인지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국가는 납세자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배타적 집단이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폭력성을 전부 거둬 국가가 관리하면서 국민 전체를 보호한다. 대외적으로 관리할 때 군을 사용하고, 대내적으로는 경찰을 사용한다. 군은 최종적으로 전쟁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군은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개처럼 꼬리를 흔들면 안 되고, 늑대처럼 폭발 직전의 야수성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 곳에는 언제나 제일 앞에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보고를 받았으면, 가장 먼저 깨어나서 우선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비정을 보내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강력한 의지가 있음을 매우 호전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이다. 군 통수권자로 취해야 할 맹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사망 사건 발생 일주일째 직접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인을 민족 지도자로 생각하면서 스스로 어떤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확신 상태에 빠져 혼란을 겪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는 국가지도자다. 군 통수권자인 국가지도자로서의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청와대와 대통령은 국민 눈치는 안 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눈치만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연실색할 일이다. 혼란에 빠진 대통령과 간신들의 철없는 모습이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이겠는가. 국가 레벨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고, 최소한의 준비도 안 된 사람들 같다. 졸업 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북한은 수색작업 중인 우리를 향해 해상 경계선을 침범했다고 경고했다. 이럴 때 군과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의 적반하장보다는 그 적반하장에 허둥대는 우리가 문제다. 우리 권력층이 마치 북한에 무슨 약점을 잡힌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겁을 잔뜩 먹었다.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대한민국 군이 늑대와 같은 야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인내나 관용이나 아량으로 ‘정신 승리’하지 않는다. 영토는 국가의 핵심 이익이다.”

오늘은 서강대 최진석 명예교수의 기고문과 인터뷰를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인사들은 이 글과 인터뷰를 반복해서 읽었으면 한다. 몽롱한 평화 의식에서 깨어나서 진정한 부국강병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길이 무엇인지 명심하기 바란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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