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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백배 성장' 지평주조, 막걸리 시장 존재감 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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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페트병에 담긴 막걸리는 3종류만 취급하고 있는 서울 소재 한 편의점의 주류 판매 코너에서 지평주조의 '지평생막걸리'가 업계 1위 서울탁주의 '장수막걸리'와 나란히 배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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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마케팅' 통한 유통망 확대로 막걸리 시장 신흥 강자 '주목'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경기도 양평의 한 동네 양조장에 불과했던 막걸리 업체가 전통과 트렌드를 무기로 10년 만에 10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뤘다. 업계 부동의 1위 '장수막걸리'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류업계에서는 전통과 트렌드(유행), 자석의 S극과 N극과도 같은 두 단어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에 충실한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도 외형적인 측면과 마케팅에서 젊은 감각을 내세운 지평주조의 반전 스토리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지난달 9일 발간한 '2019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주로 분류되는 막걸리(탁주)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미지와 저렴한 가격 등을 등에 업고 2010년 붐을 일으켰다가 이후 5%대 이하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2018년부터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전통주 출고 규모도 2018년 전년 대비 9.9% 상승했고 출고금액은 2017년 400억 원에서 456억 원대까지 오르면서 같은 기간 14.5%까지 올랐다.

업계에서는 막걸리 시장의 반등에 대해 업체들이 전통주에 향을 첨가하는 과실주를 내놓거나 젊은층의 입맛과 시선을 사로 잡는 마케팅 등에 열을 올린 결과로 보고 있다. 소주와 맥주로 양분된 국내 주류 시장에서 막걸리를 찾는 소비층이 확대됐고 가장 잘 알려진 막걸리인 서울탁주의 장수막걸리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해석이다. 이 기간 경기 양평의 '지평막걸리', 전북의 ‘송명섭막걸리’, 울산의 ‘복순도가막걸리’ 등이 동네 양조장을 넘어 전국구 막걸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평주조의 지평막걸리의 성장이 눈에 띈다. 지평막걸리는 편의점, 마트 등 전통주 판매 부스에서 업계 부동의 1위 서울탁주의 장수막걸리와 나란히 위치한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막걸리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장수막걸리의 점유율이 여전히 가장 높고, 부산의 '부산생탁', 인천의 '소성', 대구의 '불로' 등에 이은 5위 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지평주조의 약진에 대해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SNS마케팅과 편의점 등 접근성이 뛰어난 유통망을 주력으로 확대한 마케팅적 성공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유통업계를 강타한 레트로 열풍도 불면서 전통주인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나기도 했다. 지평주조도 이 시기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막걸리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불리고 있다.

이 결과 2010년 연매출 2억 원에 그치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던 지평주조는 지난해 연매출 200억 원을 넘긴 전국구 주류업체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6.1% 오른 54억 원을 내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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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지평주조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5월 정동균 양평군수와 지역에서 판매되는 지평생쌀막걸리 1병당 10원을 적립해 기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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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양조장에서 전국구 주류업체로…"브랜드 입지 공고히"

지평주조 내부에서도 최근 회사의 성장세와 제품의 인지도 상승에 대해 SNS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젊은 감각을 앞세운 홍보활동이나 롯데제과 등 다른 업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막걸리 빵'을 내놓는 등 마케팅 전략이 유효한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지평주조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전국 유통망 확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주류 도매상과 상생 전략도 시장 호조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평주조에 따르면 대리점에 판촉비 등을 전가하지 않고 공급 가격을 최대한 낮춰 판매해 도매상들이 고마진을 챙겨갈 수 있는 구조 구축 등을 통해 소비 시장 이전에 유통 시장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았다.

지평주조에 따르면 지평막걸리의 유통 채널별 비중은 일반식당(34%), 동네 슈퍼(33%) 순으로 경쟁 제품의 유통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편의점(15%), 대형마트(8%), SSM(7%), 골프장(3%) 등 대형 유통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평주조의 유통망 확대 노력은 독점 도매상의 증가로도 귀결된다. 지평주조의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75개의 도매상은 지난해 말 기준 91개까지 늘어났다. 대부분 지평막걸리만 취급하는 독점 도매상이다. 이들 도매상이 막걸리 판매 비중이 높은 일반식당이나 동네 슈퍼에 지평막걸리를 판매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평가다.

디자인 마케팅도 지평막걸리의 인지도를 알리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소주 '진로이즈백', 오비맥주의 맥주 '오비라거' 등 주류업계 레트로 열풍이 불었을 때 지평주조도 지평막걸리의 라벨 디자인을 양조장의 역사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고 레트로 트렌드에 탑승했다. 같은 라벨 디자인만 수년째 고수하고 있는 다른 막걸리 업체의 막걸리 제품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지평주조를 이끌기 전 홍보업체에 몸 담은 경력도 있던 김기환 대표의 마케팅 안목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김교십 지평주조 전 사장의 손자인 김기환 대표는 2010년 대표에 오른 후 이후 수차례 라벨 디자인을 변경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레트로 열풍이 일어난 지난해 빠르게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었고 SNS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예쁜 막걸리'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막걸리 시장 내 저도수 경쟁을 불러일으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지평주조는 저도수 경쟁을 의도하지 않았으나, 지평주조가 5도 막걸리인 '지평생막걸리'를 내놓자 부동의 1위인 6도 막걸리 장수막걸리를 취급하는 서울탁주가 5도짜리 '인생막걸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막걸리의 기본에 충실한 옛 맛을 살린다는 이념과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전국구 막걸리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비결이다.

이처럼 지난 10년 간 120배 가까운 성장세를 이뤄낸 지평주조는 앞으로도 역사를 지키면서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지평양조장이 독특한 건축 양식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594호에 지정돼 있는 것을 활용한 전통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다져가겠다는 계획이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전국 영업망 구축 및 국내 주요 편의점 입점, 신제품 출시, SNS 채널 운영을 통한 젊은 층과 소통 강화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전국구 막걸리로의 도약을 기반으로 지평막걸리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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