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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나홀로 성묘에 차례 대신 밑반찬 택배…코로나로 바뀐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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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영락공원 운영 중단에 사전 방문예약까지

빠짐없이 지낸 차례도 생략…올 추석엔 영상통화로

뉴스1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부산 영락공원을 찾은 성묘객들이 벌초를 하며 땀을 닦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영락공원을 포함한 묘지 시설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운영이 전면 중단된다. 2020.9.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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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되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장거리 이동과 가족모임이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추석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자식들을 두고 일찌감치 아내의 묘소를 홀로 다녀온 남편. 차례를 생략하고 아들에게 택배로 밑반찬을 보낸 어머니. 추석 연휴에도 영업에 나선 배달음식점 점주 등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명절이다.

코로나19로 예년과는 다른 추석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락공원 운영을 안한다네요. 얼마 전 혼자 조용히 다녀왔죠.”

2남 1녀의 자녀를 둔 정모씨(67‧양산)는 평일인 지난달 24일 혼자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 있는 부모와 아내의 묘소를 다녀왔다. 부산시설관리공단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연휴기간 영락공원 운영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매년 명절마다 정씨는 자녀들과 함께 공원을 방문해 성묘를 해왔지만 지난달 중순 언론보도를 통해 추석연휴 영락공원 운영 중단 소식을 접하고 이번엔 혼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결혼한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서울과 울산에 살고 막내딸은 양산에 살고 있는데 모두 추석 때 집에 오지 말라고 했지요. 며느리들이 준비해 온 음식으로 차례를 지냈는데 올해는 며느리 손맛도 못 보게 됐어요. 별 수 있나요. 요즘 같은 시국에 어린 손주 데리고 먼 길 오는 것도 부담일 겁니다.”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정씨의 부모는 영락공원 야외에 묘소가 마련돼 있어 방문에 제약이 없었지만, 아내는 실내 봉안시설에 안치돼 있어 코로나19 대응 규정에 따라 전화로 사전예약을 해야 했다고 한다. 실제 영락공원은 실내 봉안시설 이용객을 하루 1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해서 다행히 추석 전에 보고 올 수 있었어요. 아들들에겐 사진으로 참배 모습을 보냈어요. 사진으로만 엄마 얼굴 봐서 아쉬울 겁니다. 혼자 사는 아빠 안쓰럽다고 딸은 굳이 집으로 오겠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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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남 김해 시가지에 걸려 있는 추석 관련 현수막.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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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음식 생략, 대신 밑반찬 만들어 아들 내외에 보내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이모씨(59)는 올해 추석에는 차례 음식 대신 밑반찬을 만들어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아들 내외에게 보낼 생각이다.

평생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지내온 차례였기에 섭섭한 마음이 앞서지만 얼마 전 길을 가다 ‘애들아, 올 추석엔 영상통화로 대신하자’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보고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했다.

“아들만 내려 와서 차례를 지낸 뒤에 명절음식이라도 싸서 보내려고 했는데 코로나 걱정에 결국 오지 말라고 했어요. 아들도 내심 미안한지 용돈을 보내는데 이 돈으로 차례음식 대신 반찬 몇 가지 만들어 택배로 보냈네요.”

이씨는 이번 추석연휴 중 1박2일로 지리산 근처에 조용한 펜션을 빌려 남편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아들 내외와 어린 손녀를 보지 못해 속상해하자 남편이 여행을 제안한 것이다.

“손녀 얼굴은 현수막 문구처럼 영상통화로 봐야겠지만 추석연휴 좋은 풍경 사진으로 담아서 아들 내외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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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방문 대신 비대면 온라인 성묘나 영상통화로 가족 간 정 나누기가 권장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전남에 사는 손주 정윤찬 군과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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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도 영업…“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

치킨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6‧부산)는 올 추석연휴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 예정이다. 김씨가 운영하는 치킨가게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어 지난 5월부터 홀 영업을 중단하고 배달만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줄이고 배달영업만 한지 넉 달이 넘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배달음식 업계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고 하던데 저는 평일은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슷해요. 대신 휴일 매출이 30~50%정도 늘었어요. 명절에 부모님과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가까이에 사시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저는 일하려구요.”

4년째 치킨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그동안 명절 연휴에는 2~3일 정도 가게를 쉬었다고 했다. 특히 추석 당일에는 치킨 주문이 거의 없어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석 당일에는 만들어 논 차례음식이 있으니 치킨 주문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올해 추석은 다를거라 봅니다. 비대면 명절나기 때문에 그런지 배달음식 업계 분위기도 다르네요. 추석 연휴기간 동안 홍보 이벤트를 하는 치킨업체도 있다고 하니까요.”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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