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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19 백신, 만드는 방식 이렇게 다르네" 따져봐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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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건 개발 중… 작용 방식 크게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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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팀인 영국 옥스퍼드대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이 6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임상시험 자원자에게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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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은 온통 백신에 쏠리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 기준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83건이다. 다수 제약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이들 백신은 모두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긴 하지만, 작용 방식이 각기 다르다. 현재 출시돼 있는 다른 백신 제품들과 유사한 방식이 있는가 하면, 상용화한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것도 있다. 주요 제약사마다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작용 방식이 서로 다른 만큼 향후 국내에 도입할 백신을 선정할 때 이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1일 제약업계와 과학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작용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하는 방식과 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활용하는 방식, 바이러스의 핵산(유전자)이나 단백질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건 바이러스 벡터와 단백질 기반 기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침투시켜야 한다. 세포 안에 들어가야 유전자를 복제해 자신을 증식시킬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의 세포로 들어갈 때는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필요하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어 유전자가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대다수 코로나19 백신은 바로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체내에서 생성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면역체계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하고 마치 바이러스가 들어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대응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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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박람회에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 샘플이 코로나 바이러스 모형 옆에 놓여져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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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약화시켜 '스파이크 단백질' 운반체로


단백질은 불안정해서 그 자체를 백신으로 만들어 주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약사들은 ‘운반체’를 활용한다. 백신에 쓰이는 운반체는 다름 아닌 바이러스다. 유전자가 잘 알려진 홍역 바이러스나 아데노 바이러스를 병을 일으키지 않도록 약화시킨 다음 일부 유전자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변형해 체내로 주입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백신 효능을 내는 단백질을 체내에 운반하는 용도로 쓰이는 바이러스를 ‘벡터’라 부른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가 이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둘 다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이 진행 중이다. 최근 자국에서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간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역시 이 방식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방식의 백신은 벡터로 어떤 바이러스를 쓰느냐에 따라 효능과 안전성이 다를 수 있다. 벡터로 사용한 바이러스를 인체 면역체계가 오히려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할 경우 백신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선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벡터로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기술에 쓰여오긴 했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백신 제품 중에는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세포 침투 핵심 역할 단백질 부위만 골라 백신으로


벡터 없이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분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사들도 있다.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세포 침투에 핵심 역할을 하는 특정 부위(서브유닛)만 골라 이 구조를 모방한 물질을 만들어 백신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이때는 서브유닛을 만드는 기술에 따라 역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제약사 GC녹십자는 유전자 재조합(유전자의 구성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서브유닛을 대량 생산해 백신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다른 백신들이 서브유닛 기반이라는 점에서 단백질 기반 방식은 안전성이 오랫동안 입증돼온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서브유닛으로는 백신을 처음 만드는 만큼 효능과 안전성 등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함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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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외곽 다싱(大興)구에 있는 시노백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개된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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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ㆍ모더나, RNA 나노미터 크기 입자에 싸서 주입


임상시험 3상이 진행 중인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말고 유전자(RNA)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는 바이러스의 증식과 생존에 필수인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갖고 있다. 이를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입자에 싸면 기존 다른 백신들처럼 주사 형태로 체내에 주입할 수 있다. 이렇게 몸 속으로 들어간 RNA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생산해내고, 면역체계는 이를 진짜 바이러스로 착각해 대응 준비를 하게 된다. RNA 백신은 기존 다른 방식보다 개발 과정이 짧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품으로 상용화한 적이 없는 기술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화이자나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다 해도 국내 도입에는 신중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라질 일부 주에서 접종이 계획되고 있는 중국 업체 시노백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 또는 일부를 불활성화시켜 만드는 방식이다. 임상시험 3상 단계인데, 이미 실제 접종이 이뤄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활성화 방식은 가장 전통적인 백신 제조 기술로 꼽힌다.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체계에 더 확실히 기억돼 효능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종이라는 점에선 위험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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