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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코로나로 '읽고 쓰는 것' 힘들어하는 초등학생들 '부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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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샘·기초학력협력강사 등 프로그램, 학교 현장서 호응 커

"이해 안되면 학교로"…'자발적 보충학습' 교사 운동도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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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의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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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공교육에 처음으로 원격수업이 도입된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 4월 '온라인 개학' 때만 해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교육이 'K-에듀'의 나아갈 길이라는 얘기도 나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학습격차와 기초학력 부진 문제가 심화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Untact) 시대'에 교사와 학생이 한 곳에서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대면수업의 가치가 더 빛을 발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학교 등교 인원이 전교생의 3분의 1 또는 3분의 2 이내로 제한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면을 통해 교육 현장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현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39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서다가 지난해 퇴임한 송모씨(62·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수십년 동안 교사로 일했는데 아이들이 읽고 쓰는 것 자체를 이렇게 힘들어하는 일은 올해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달부터 서울 동작구 A초등학교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8시간씩 '두리샘'으로 일하고 있다.

두리샘은 서울시교육청이 이달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하는 초등학생 대상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이다.

퇴직교원이나 방과후강사 등을 학생 수에 따라 학교에 1~3명 파견해 오전에는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오후에는 기초학력 부족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일대일로 멘토링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송씨가 맡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1학년 4명과 2학년 1명 등 총 5명. 일주일에 1~2차례씩 학부모와 상담을 거쳐 학교에서 집중지도하고 있다.

송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모니터만 보고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주일에 1~2번 등교해서는 교실이라는 공간에 적응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학부모들과 전화나 모바일 메신저로 대면수업 날짜를 정해 학습지도하고 있다. 초기에는 "우리 아이가 뭐가 부족해서 '지진아반'에서 수업을 듣느냐"는 항의성 연락도 많았지만 현재는 "대면수업을 더 받게 해 달라"는 연락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시내 300개 학교에서 730명의 두리샘이 활동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방역·실시간 쌍방향 수업·대면수업·원격수업 콘텐츠 제작 등으로 바쁜 일선 교사의 빈 자리를 두리샘이 채워주고 있어 사업이 확대 시행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갑철 서울 보라매초등학교 교장(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교육부에서 인공지능(AI) 수학 튜터 프로그램이니 원격수업 콘텐츠 개발이니 하면서 비대면 교육 활성화로 학습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대면수업 축소에 따른 악영향을 극복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현장에서는 두리샘 1명 더 지원해주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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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21일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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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초등학교에서 두리샘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모 교사는 "학습자의 자발성과 자기주도적 역할이 매우 중요한 원격학습의 특성상 학습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두리샘이 원격수업 출석현황, 과제제출상황, 이수율, 학생별 어려움 등을 담임 교사에게 알려주고 있어 교사가 효율적으로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외에도 학습격차 등 문제 해소를 위한 대면수업·멘토링 확대 움직임은 활발하다.

경기도교육청도 최근 '기초학력협력강사' 프로그램을 9월부터 도입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709개 학교에서 1001명의 강사가 투입됐다. 두리샘과 마찬가지로 대면수업을 통한 학습격차 해소에 방점이 찍힌 사업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의 경우 아무리 원격수업을 내실있게 운영한다고 해도 부모 등 조력자의 도움 여부나 사교육 여부, 원격수업 인프라 등에 따라 학습 효율이 천차만별"이라며 "학습자와 교습자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긴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학생과의 접촉면을 늘리려는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지난달 7일 '학습결연 119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학사 운영의 중심에 놓이게 된 데 따른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원봉사' 개념으로 출발했다. 대면수업을 통한 학습격차·기초학력부진 해소에 방점이 찍혔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80여명의 교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원격수업을 하는 날 정규수업이 끝나면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의 집을 찾아가 보충수업을 하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추가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는 박모 교사(48·여)는 매일 2시간씩 실시간 화상프로그램 '줌(Zoom)'으로 쌍방향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직접 만들어 올린 수업용 동영상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습결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오후 교실에서 보충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박 교사는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 대부분을 올해도 지도하고 있는데 불과 몇달 사이에 아이들의 학습태도가 무너진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며 "제 아무리 좋은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하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가정에서 조력자 없이 홀로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본질은 학습자와 교습자가 만나 교감하는 것"이라며 "선생님들이 조금 더 노력해서 학생들과 대면 접촉면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교육부도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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