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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레이더P] 권성동 복당시킨 국민의힘, 홍준표는 왜 고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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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에서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4명 중 4선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이 가장 먼저 국민의힘에 복당했다. 당선 직후 친정 복귀를 천명하며 복당신청서를 낸 권 의원이 홀로 복당한 배경에 대해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야권 성향 무소속 4인방 중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역시 복당 의지를 줄곧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공천 실패와 복귀 명분에 있어 권 의원이 가장 앞선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그렇다면 나머지 3명의 복귀는 어떻게 될까.


역할 따라 선별 복당?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7일 권 의원의 복당이 의결된 뒤 신청자를 대상으로 복당 심사를 했다는 ‘일반론'을 밝혔다. 그러나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나 18일 기자들과 만나 "복당하는 분들이 앞으로 당의 변화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의 쇄신 방향과 부합하는지 판단해 복당을 허가하겠다는 얘기다. 선별 복당 원칙을 밝힌 셈.

지난 17일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복당 안건이 올라오자 사전에 논의 여부를 듣지 못한 비대위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권 의원 복당에 김 위원장 의중이 실린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내에선 대여 전투력도 뛰어난 권 의원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체제에선 사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저지에 앞장섰다. 최근 여권에서 다시 공수처 출범의 고삐를 조이는 상황에서 권 의원의 합류는 투쟁력을 높이는 결정이라고 보는 셈이다. 국민의힘과 정책 연대가 가능하다는 견해인 국민의당에선 복당한 권 의원에게 공수처 대응안을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격으로 탄핵소추위원을 맡았던 전적이 있다는 점도 복당 결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총선백서가 발간된 뒤 탄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탄핵에 대한 끝맺음이 안 돼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했다는 지적에서다. 내부 반발이 일면서 대국민 사과는 보류됐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위해 중요한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을 꾀한다면 권 의원의 복당 결정은 진정성을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비영남권 강화 차원?

또 김 위원장으로선 당내 영남권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비례대표 제외 59명)에서 비영남권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로 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사무총장에 김선동 전 의원, 여의도연구원장에 지상욱 전 의원, 총선백서제작특위에 정양석 전 의원을 배치하는 등 비영남 수도권 의원들을 중용했다. 영남권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다수에 매몰돼서는 내년 재·보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투력까지 갖춘 권성동 의원의 복당을 마다할 이유도 없는 셈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4선 의원이면서 18대부터 활동했고, 탄핵 상황까지 직접 겪으면서 당의 중심에서 일한 권 의원이 아픔을 딛고 복귀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평했다.


‘쇄신과 맞나' 분위기 당내 존재


매일경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9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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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 복당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홍준표 의원이다. 총선 직후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될 때 설전이 있었다. 홍 의원은 노태우 정권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 위원장을 향해 "뇌물 전과자, 개혁 대상" "'개혁팔이'로 이당 저당 오간다"며 힐난했다. 홍 의원은 권 의원의 복당이 결정된 뒤 페이스북에 "끝없는 인내와 굴종을 견디며 정상에 오른 사마의에 흠뻑 빠져 있다"고 말했다. 복당이 험난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

일부 영남권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영남권 초선 의원들은 당 쇄신에 방점을 두는 의견이 강한데, 홍 의원의 복당이 영남권 재결집을 통한 대선 후보로서 과정이 된다면 당이 다시 자유한국당 초기 시절로 돌아간다는 인식을 준다는 것이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한 전수조사에서도 영남권 초선들은 찬성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안다"며 "김종인 체제가 개혁적이라고 기대하기보다 무소속 복당 후 곧바로 홍준표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초선 의원들은 홍 의원이 복당하면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뜻까지 밝히고 있어서다.

김태호 의원은 홍 의원 정도 반발은 아니지만 상황은 비슷한 편이다. 한 비영남 중진 의원은 "김태호 의원은 능력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다"면서도"그러나 역시 비교적 쉬운 고향에서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과 김 의원이 복당한다면 홍 의원의 복당도 자연스러워진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아직 복당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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