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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에 비대면거래 늘었지만…세계적으로 귀해진 현금 고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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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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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었지만, 세계적으로 현금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불안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는 여전했다는 뜻이다.


1일 한국은행 발권국이 8개국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각국의 화폐수요(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2~3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 증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호주·유럽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일본·중국·호주·뉴질랜드·스위스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美, 화폐발행잔액 증가율 13%…고액권에 수요 집중

미국의 경우 지난해(3~8월) 5% 수준이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같은 기간 평균 13%로 뛰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11%) 때보다 높은 상승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5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민간의 '예비용 현금보유 증가율'(88%)이 '거래용 현금보유 증가율'(17%)을 약 5배 이상 앞섰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현금 보유를 늘렸다고 응답한 경우 예비용 현금 보유액은 전년보다 평균 427%(거래용은 71% 증가)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용이란 현금을 아예 소지하지도 않고 집이나 사무실 등에 저장 목적으로 보관한 경우를 의미한다.


화폐 수요는 고액권에 집중됐다. 유럽연합(EU)에선 200유로권이 가장 높은 화폐발행잔액 증가율(91%)을 보였고 일본에서도 1만엔권이 올해(5~8월) 증가분의 97%를 차지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지난 3월 4단계 봉쇄령 직전 불과 며칠간 고액권인 50달러권이 연간 평균 수요량에 육박하는 규모로 시중에서 인출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화폐발행잔액 증가세가 2011년초를 정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 올해 3월 이후 다시 확대됐다. 주로 5만원권이 발행 증가세를 주도하며 3~8월 환수율도 20.9%로 지난해(60.1%) 대비 급감했다.


'위기엔 현금이 최고'…안전자산으로 현금 선호

한은 조사결과 각국의 화폐수요 증가율이 오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현금접근성 제약 우려에 대한 대응 ▲금융기관의 영업용 현금 확보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예비용 지급수단 확보 등이 원인이다.


우선 코로나19 확산 및 봉쇄 등 조치로 일반의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전에 현금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기(ATM)를 폐쇄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현금을 미리 비축하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아 봉쇄령으로 인한 화폐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규모를 늘리고, 경제활동 축소로 도소매점 등으로부터의 현금 입금 규모가 감소해 금융기관에서 현금 확보가 어렵게 된 것도 원인이었다.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안전자산 및 안전결제수단으로서 현금을 선호해 예비적 화폐 수요가 늘어난 것도 배경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고액권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과거 Y2K,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고액권을 비축하려는 모습이 나타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고 가치를 안정되게 저장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한은도 현금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음에 대비해 발행준비자금의 확보,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5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전년보다 3배 이상 크게 늘렸고, 지난 5월에는 이례적으로 2조원을 추가 발주했다. 한은 관계자는 "공급된 화폐가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시중 화폐수급상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필요 가능한 조치를 강구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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