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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종인의 꿈틀이’는 어디에? 야권 잠룡들의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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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초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주자를 묻는 질문에 “당 밖에서 꿈틀꿈틀거리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야권에서는 ‘꿈틀이’가 누구냐는 물음이 한창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당명과 당색, 정강정책까지 바꾸는 등 당의 외관을 바꾸는 작업은 거의 완성되어 가지만 이를 이어받을 정작 중요한 ‘인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최대 난제는 ‘사람 찾기’라는 것이다.

경향신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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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안철수, 김세연, 김동연, 윤석열 등 야권 잠룡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회 상임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민간인 피살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 등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뒤로 여전히 국민의힘 바깥에 있다. 무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먼저 복당이 됐지만 홍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 신청서를 내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의 복당을 반대하는 기류가 깔려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당이 극단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애쓰고 있는데 지금 복당을 허용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다 쓸모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선별적 복당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에서 수도권 후보들을 개별적으로 지원 유세를 한 뒤로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북한 민간인 피살 사건 등 안보 관련한 이슈가 나올 때면 유 전 의원은 SNS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였다.

유 전 의원은 그러나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는 사무실에 유튜브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을 조성하고, 경제·복지에 관한 저서를 공개하면서 차기 대권 출사표를 내놓을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며 보수주자로서 각인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6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는 국회 포럼에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여전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면서 “(2022년 대선 승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의 유니폼을 입은 우리의 승리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원 지사는 최근 제주도의 서울본부 인력을 확충하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등 대권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힘 밖의 인사 중에 잠재적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있다.

안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힘에서 ‘소환’하는 주자 중 하나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의석이 3석밖에 되지 않아 대선을 위해선 야권 연대 또는 합당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의 야권 후보로도 자주 거론된다.

정작 안 대표 본인은 양당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장제원 의원이 주관한 강연에서 “(양당이) 선거 준비나 통합,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아직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 혁신이 먼저라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 역시 안 대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점도 변수다.

‘청계천 판잣집’에서 자라 스토리면에서 주목을 받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잠재적 야권 후보다. 퇴임 후 비영리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전 총리는 최근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겠다며 ‘소셜 임팩트 포럼’을 출범시키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계속되는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뒤로 하고 강연 활동만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이자 개혁 성향인 인사로 김세연 전 의원 및 홍정욱 전 의원도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부산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선 경선으로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 선유도역에 정당과 이념을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고민해보는 ‘청년 정치학교’ 사무실을 열고 활동 중이다. 그는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홍정욱 전 의원 역시 잠재적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언론사 헤럴드를 운영하면서 빚어진 일로 피소를 당해 정치권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사건 수사 때부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야권의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출마의사도 밝히지 않았으나 여론조사상으로 10%대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점에서 당장 운신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평가다.

■낮은 야권주자들의 지지도. 활동 공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야권은 김 위원장의 말대로 ‘당 밖’이든 ‘당 안’이든 유력한 주자가 없는 현실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5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한 결과, 이 대표가 22.5%로 1위였다. 이 지사는 21.4%로 2위를 달렸다. 다만 3~8위까지는 야권 인사가 차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10.5%), 홍준표 무소속 의원(7.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6.5%), 오세훈 전 서울시장(4.0%),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대표(3.6%), 원희룡 제주지사(3.0%) 등의 순이었다.

지지도 수치를 보면, 야권의 주자들은 그야말로 아직은 ‘잠룡’ 수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차기 대권 레이스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국민들이 참여해 경선하는 형식을 취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낮은 지지도로 시작해서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람몰이식’ 경선 방식을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여권은 이래저래 대선주자가 나설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야당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도부가 빨리 대선후보군들이 공개적으로 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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