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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동일, 언제나 늘 '기술자'로 남는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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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성동일 담보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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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성동일은 언제나 자신을 두고 겸허히 웃으며 '기술자'라 표현한다. 매 작품마다 많은 이들을 울리고 또 웃게 하는데도 그저 도구를 사용하는 연기자라 말할 뿐이다. 성동일이 기술자라면 이처럼 역할의 최대치를 해내는 이가 또 어디 있을까. 힐링 가족 영화 '담보'로 돌아온 성동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를 해낸다.

먼저 성동일은 '담보'(감독 강대규·제작 JK필름)를 두고 가족들의 반응을 신경썼다며 말문을 열었다. 추석 대전에 참여하게 됐지만 큰 부담감은 없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왜 항상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지 않냐'고 하더라. 나 역시 '담보'를 마친 후 아이들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제일 먼저 들린 이야기가 '아빠 왜 이렇게 욕을 잘 하냐'였다. 또 아빠 연기가 좀 늘었다길래 '작품을 많이 하잖아'라고 답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은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그의 후배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성동일은 먼저 까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 역을 맡아 사랑스러운 9살 승이(박소이), 보물로 잘 자란 어른 승이(하지원)과 가족 같은 '케미'를 선보인다.

사실 성동일은 '담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앞서 성동일은 SF 대작인 '귀환'으로 윤제균 감독과 먼저 미팅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제작 연기로 돌입하며 '담보'를 만나게 됐다. 작품을 읽은 성동일은 '귀환'보다 '담보'에 더욱 관심이 갔다며 "더 늦기 전에 해볼만 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이런 감정 연기들을 해보면 괜찮겠더라. 실제로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이 도움될 거라 생각했다. 정말 가족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 '수상한 그녀' 등을 통해 '국민 아빠'로 등극한 성동일은 '담보'를 통해 또 다른 아버지 캐릭터를 선보인다.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생판 남인 승이(박소이·하지원)을 그 누구보다 따스히 감싸안으며 부성애를 표현해낸다. 극이 후반부로 진입할 수록 성동일의 가슴 절절한 가족애가 극대화되며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한다.

"저는 일관적이게 시나리오와 감독을 믿는다. 감독은 이야기를 쓸 때 흐름에 맞춰 파도의 크기를 가늠하고 기승전결을 나눈다. 그래서 배우는 감독을 못 이긴다. '담보' 찍을 때도 지적을 많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보다 강 감독이 300번을 더 읽었을 것이다. 시나리오는 정해져있기에 특별하게 할 것이 없다. 그저 주변 시선을 잡기만 했다."

29일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는 극 중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치솟는 성동일의 감성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갈수록 대사 톤을 낮췄다. 젊었을 때보다 다리 힘을 뺀다. 워낙 시나리오가 좋아서 제가 할 게 없었다. 감독님도 감정 라인을 잘 잡는 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다. 이어 성동일은 "사실 저는 눈물연기를 참 잘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잘 울지 않았다. 극 중 승이를 구하는 장면에서 너무 눈물이 나는데 참았다. 감독님에게 소이 눈을 더 크게 촬영하자고 했다. 그 눈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미치겠더라. 그래도 저는 절대 울지 않았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또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먼저 성동일은 "하지원은 일반 여배우들과 남다르다. 하지원에게도 너무 고맙다고 했다. 김희원도 열심히 했지만 하지원과 박소이가 가장 열심히 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했다. 감사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9살의 승이를 마음껏 표현해낸 박소이를 두고 "실제로 모르는 아저씨들과 살아본 적이 없으니 감정 라인을 잡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막내랑 나이가 같은데 프로 세계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게 대단하다. 학교 가는 것보다 현장이 더 재밌어서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저보다 더 성숙한 면이 있다. 박소이는 행복한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반면 나와 김희원은 별로 할 게 없다.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성동일은 알려진 '다작 배우'다. 올해 드라마 '방법', '슬기로운 의사 생활', '어쩌다 가족', 또 특별 출연한 '외출'과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존재감을 보냈다. 이를 두고 성동일은 "저는 카메오로 유명하다. 되도록 비중 큰 것을 안 하려 한다. 아직 내가 남의 돈을 쓰기가 겁이 나고 무섭다"며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또 다른 시나리오를 거절했다는 성동일은 늘 그렇듯 자신에 대해 '기술자'라 표현했다. 집을 짓기에는 여러 도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의 재량이 안 된다는 것.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성동일 만의 신념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성동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에 들면 출연 비중을 따지지 않고 결정하는 성동일이다.

이 과정에서 남몰래 속을 썩혀야 했던 일도 있었다. 10년 전 작품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게 1억이 넘는다고. 제작사가 망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성동일은 쿨하게 웃어보였다. 이어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에도 그런 일이 많다. 작품을 기다리며 돈을 못 버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배우들은 자존심이 있어서 돈에 대한 말을 안 한다. 우리는 노조도 없지 않냐"면서 "조인성과 술을 마시는데 뜬금없이 '너무 행복하다. 우리가 술값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가 참 좋았다"며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그를 작품으로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를 두고 성동일은 명쾌히 '자식'이라 꼽았다. 성동일은 한 집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떠난 후 시대상이 함축된 필모그라피를 자식들에게 물 려주고 싶다는 소망이 함께 전해졌다. 이처럼 그 무엇보다 강한 원동력이 있기에 그의 연기는 쉴 틈이 없다. 계속 일을 마주하고 아버지가 어떤 모습으로 작품에 그려질 지 고민한다. 성동일의 '다작 인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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