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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계몽군주” 비판에 유시민 “내 비유가 너무 고급스러워?”[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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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5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개최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반도 평화국면의 동요원인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정인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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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보다”라며 “식자우환”이라고 했다. 이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2500년 전이었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방송인 김어준씨의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유 이사장은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말하는 게 칭송으로 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보다”라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등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이 모두 독재자이지만 긍정적인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 이사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독재자지만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자기 뜻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계몽군주라는 사람들도 자기가 통치하는 제국을 조금 더 오래 잘 해먹으려고 개혁 조치들을 했던 것”이라며 “(북한이 개혁을 하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는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취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고무·선동할 목적으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김정은에게 계몽군주가 되라고) 고무·선동하는 것은 민족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어준씨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쪽 한곳에 몰려 있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말씀이 다 씨를 뿌린다고 해서 그것이 옥답(沃畓·기름진 논)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 담긴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쪽의 소양이 부족하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비유를 들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난한 것이다. 유 이사장은 “(나의) 계몽군주 (발언) 가지고 그렇게 떠드는(비판하는) 분들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2500년 전에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 행사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 그 이면에 세계관, 역사를 보는 관점 등이 있을 것”이라며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닌 거냐' (하는 질문을 받는데)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했다.

다음은 김씨와 유 이사장의 관련 대담.

김어준 우리 국민이 북한 해상에 떠 있는데 총격을 가한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거 모르죠. 계몽군주 때문에 되게 시끄럽더라고요.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봐요. 옛말에 식자우환. 나도 그걸 몰랐으면.

아는 게 너무 많다보니까.

유 이사장 배운 게 죄야. 계몽군주라고 말하는 게 칭송으로 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봐요.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 만든 사람이라든가 예카테리나 2세. 푸시킨이 대위의 딸 쓸 때 여자 황제. 남편 쪼까내고(쫓아내고) 지가 차지한. 프로이센 왕으로서 독일 최초 통일 국가를 이룬 프리드리히 빌헬름. 뭐 이런 사람들을 거론하더라고요. 다 독재자에요. 전제군주제라는 것은 그 군주가 개인적 성향이 어떠하든 제도가 그렇게 돼 있거든.

시스템이 그러니까

유 이사장 그리고 예카테리나 2세 같은 경우는 남편을 쪼까내고(쫓아내고) 황제가 됐지만 되게 못된 여자 사람이었거든. 그래도 보통 계몽군주 중의 하나로 쳐요. 내가 좀 인정하는 계몽군주는 16세기인가? 빈에 가면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이라고 있어요. 예술사 박물관하고 자연사 박물관 사이에 있는 그게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인데, 대단한 분이었어요. 남편을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만들고, 막내딸이 앙투아네트잖아요. 마리 앙투아네트. 독재자였지만 교육을 굉장히 중시했고 유대인들에 대해서 매우 너그럽게 대했어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전제군주들이 안 했던 일들을 좀 했고.

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을 하는 거죠.

유 이사장 일반적으로 전제군주들이 했던 일을 안 한 게 좀 있고. 대개 그런 게 계몽군주라는 이름이 붙은 사람들이 한 일들이에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독재자죠. 북한 체제 전체가 3대째 세습을 하고 있는 왕조국가니까. 이 사람은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자기 뜻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잖아요. 과거에 계몽군주라는 사람들이 왜 그런 일을 했냐 하면, 계몽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거든. 계속 과거처럼 할래니까 사람들이 더 이상 참아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니까 자기가 통치하는 제국을 조금 더 오래 잘 해먹으려고 그런 개혁 조치들을 했던 거거든요.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우리 민족에게는. 그런 취지에서 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고무·선동할 목적으로.

고무·선동할 목적으로.

유 이사장 예. 그런데 그렇게 고무·선동하는 거는 민족의 이익에 보탬 되는 것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쪽 한곳에 몰려 있죠.

유 이사장 그렇죠, 이제 그거는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말씀이 다 씨를 부린다고 다 그것이 옥답에 떨어진 게 아니라고 예수님도 그랬잖아요. 커뮤니케이션, 소통에 인류사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분 중 한 분이에요, 예수님이. 그 분이 소통 실패 때문에 살해당한 거잖아요. 또 어떤 분은 소크라테스 선생님 같은 분

유시민 건들지 마, 그러니까. 지금 계몽군주에 대해서 이렇게 떠들고 있잖아.

유 이사장 계몽군주 가지고 그렇게 떠드는 분들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2500년 전에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그런 사람들이에요.

당신들 지금 거기까지 갔어, 지금.

유 이사장 뭐 그거를 어떡할 거야. 그만 하지 유도심문은?

유시민이 다시 등장해서 또 이 지형에 영향을 줄까봐 사전에 어떻게든, ‘아 저 사람 말 들으면 안 돼, 알릴레오 보면 안 돼, 중도 넘어가면 안 돼’ 이거 하려고 그런 거지.

유 이사장 10·4 남북정상회담 10주년 심포지엄 대담에 제가 업무상 나간 거잖아요. 나갔으면 그 방향에서 얘기를 해야지, 그럼 내가 뭐 국민의 뭐시기당하고 똑같은 소리 해야 돼?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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