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코로나에 로또만 동난다는데… 복권, 정말 ‘불황형 상품’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반기 복권 판매량 2005년 이후 최대
"외환위기 닥쳤던 1998년에는 오히려 감소"
복권위 "판매량 증가는 장기 추세, 당첨금 상향도 영향"
한국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이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17일 서울시내 한 복권방에서 시민이 복권을 사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복권판매 증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반작용이었을까. 흔히 복권 판매가 늘면 '삶이 팍팍해지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만,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총 판매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11.1%(2,673억원) 늘어난 2조6,2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복권위원회가 반기 기준으로 복권 사업 실적을 공개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전년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도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상품별로는 로또 판매액이 2조3,082억원으로 가장 컸는데, 특히 연금복권(855억원)은 작년보다 68.2%나 급증했다.

이를 두고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복권은 경기가 하강할 때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복권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불황 때마다 복권 판매가 반드시 늘었던 것은 아니다. 복권위가 2014년 발간한 '복권백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충격이 본격화됐던 1998년 복권 판매액은 3,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나 급감했다.

복권위를 이를 두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복권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복권 판매액은 2조3,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복권위는 오히려 경제 회복과 발행 주체의 마케팅 노력을 복권 판매액 증가 요인으로 꼽는다. 복권위는 복권백서에서 "1998년 이후 경기회복, 인터넷을 통한 판매 활성화와 복권의 고액화 등 발행 주체의 마케팅 노력에 힘입어 2000년 5,087억원, 2001년 7,217억원, 2002년 9,820억원으로 판매액이 급격히 늘었다"며 "2003년에는 온라인 복권 열풍으로 4조2,342억원 매출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올해 판매량 증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복권위 판단이다. 증가폭이 가장 컸던 연금복권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새롭게 출시한 ‘연금복권 720+’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당첨금이 20년간 매달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상향돼 인기를 끈 것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로또는 증가율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한국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함께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액 증가도 장기적인 증가 추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