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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최고가 2000달러 찍은 금값 하락세…다시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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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1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금값이 하락세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트로이온스당 1861.5달러에 마감했다. 연초 1500달러 선이던 금값은 8월 최고 2063.54달러까지 치솟았으나 두 달여간 하락해 1900선을 내줬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데다 달러가 강세로 전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올해 초에 비해 30% 이상 오른 상승에 대한 ‘단기 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000달러 간다던 달러, 왜 주춤한가

8월 사상 최초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을 때 골드만삭스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금융사들은 2500~3000달러까지 간다는 예상을 내놨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고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을 하면서 돈 풀기에 나서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며 금값은 유례없이 상승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금값은 19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고 결국 1900선을 내줬다. 최근 달러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25일 94.68로 지난달 31일(92.13) 이후 2.8% 가까이 상승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정 없이 30% 오르고 나서 이제 6~7% 정도 조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기술적 조정’이라 본다”며 “약하던 달러가 좀 강해졌고 금 거래 비용도 올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 골드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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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 상승도 금값을 끌어내렸다. 미국의 신규 부양책 합의가 미뤄지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 물가가 올라 실질금리가 내리면 금의 매력이 커진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인데 현재는 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단기 조정’이라고 보기에는 조정이 길어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해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조정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것은 내년 초 백신 개발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서라고 본다”며 “중국, 러시아 등의 백신 개발 소식은 아직 신빙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최종 백신 개발은 갑작스럽게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초 백신 개발 발표 시점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 조정일 경우 금값 다시 오를 듯

그럼에도 현재 금값 하락세는 ‘일시적 조정’이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고 금값이 급격히 오른 만큼 단기 조정이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고삐를 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금값 상승은 단순히‘안전자산 선호’ 요인 때문이라기보다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두 달 전과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금이 3000달러까지 오르더라도 조정 없이 갈 순 없고 ‘일시적 조정’이 온 것”이라며 “금값 상승 추세 자체가 끊겼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 위원도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시중 유동성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금값은 시중 유동성이 얼마나 풀렸는지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1970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중단을 선언한 이후 50여년 동안 온스당 35달러였던 금값은 20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금을 단기 자산보다는 장기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금값은 장기적으로 강해지는 역사였고 반대로 돈을 계속 풀면서 달러의 권위가 떨어진 역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의 단점은 주식·채권과 달리 이자도, 배당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금의 단점이 상쇄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금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 달러 등 기존 통화가 약해지면서 금이 가진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는 구조”라며 “금은 단기로 사고파는 자산이라기보다 내 자산 일부로 가져가는 장기 자산”이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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