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소신 발언 쏟아낸 나훈아, 평양 공연 거부 일화 재조명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영상 캡처


‘가황’ 나훈아가 15년만에 TV로 중계된 콘서트에서 쏟아낸 소신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나훈아는 2시간 넘는 공연 동안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 연출로 안방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무대 중간중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방역 최전선을 지킨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격려했다. 공연 말미에는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KBS가 중계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마지막 곡 ‘사내’를 부르기 직전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며 “항상 지도자의 비양심이 전쟁을 불러들였고, 국민의 양심이 이 땅을 지켰습니다. 이게 우리가 경험한 역사입니다”고 전했다. 우수한 코로나19 방역으로 전 세계의 모범이 된 한국의 ‘K방역’의 공을 국민에게 돌린 것이다.

이어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 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이었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나훈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자는 취지로 언택트 공연을 결심하면서 이뤄졌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공연은 전 세계 각지에서 참여한 1000명의 온라인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1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29.0%의 전국 일일시청률을 기록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나훈아는 방송을 중계한 KBS를 향해서도 뼈가 담긴 말을 덕담을 건넸다. 그는 “우리 KBS가 정말 국민을 위한,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KBS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지요? 두고 보세요. KBS는 앞으로 거듭날 겁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공연을 시청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절 전날 밤, 이 콘서트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고 극찬했다. 이어 “오늘 밤 나훈아는 의사, 간호사 등 우리 의료진들을 영웅이라 불렀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봉천동까지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출퇴근하는, 홍대에서 쌍문동까지 버스 타고 서른일곱 정류장을 오가는 아버지를 불러줬다”며 “그런데 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 이십 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곤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훈아의 소신 발언이 주목받자 과거 평양공연을 거부한 일화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노무현정부 때 이미자·조용필·안도현 등이 평양공연을 추진해 무대에 올랐다. 나훈아도 평양공연을 준비했지만 공연을 취소했다. 그는 콘서트에서 취소 이유에 대해 “다 밝힐 수 없지만 이래라저래라 하고 간섭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공연을 하면 북한당국으로부터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서 북한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나훈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전행사로 열린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참여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오라고 요구했던 배우들이 오지 않았습니까. 나훈아라든가(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도 장관은 이어 “(당시에) ‘스케줄이 있다’고 답하니, 저쪽은 사회주의 체제라 국가가 부르는데 안 온다니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