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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와 미세먼지, 78억 인류의 호흡기를 협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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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걷히지 않는 미세먼지

중앙일보

2019년 10월과 2020년 4월 인도 뉴델리의 인디아게이트. 늘 뿌옇던 델리 시내가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짓말처럼 또렷해졌다.(아래 사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로 교통, 산업활동이 한꺼번에 줄었기 때문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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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뒤덮은 뒤, 인간 활동이 멈췄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먼지에 뒤덮였던 하늘이 다시 투명한 하늘로 돌아왔다.

바이러스는 대기오염을 줄이고, 줄어든 대기오염은 인간을 바이러스 대항에 유리하게 만든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인간은 다시 공장을 돌리고 차를 굴리며 대기오염을 만들고, 사회 접촉이 늘어나면서 코로나19도 늘어나는 순환이 반복된다.



바이러스는 대기오염의 천적?



중앙일보

중국 우한 지역의 2월(왼쪽)과 4-5월(오른쪽)의 이산화질소(미세먼지 전구물질) 농도를 지도에 나타낸 그래픽. 강한 봉쇄 상태였던 2월에 비해 산업활동이 다소 회복된 5월 이산화질소 농도가 여러 곳에서 훨씬 더 높았다. 푸른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2월보다 5월에 농도가 낮아진 곳이고, 주황색 계열로 표시된 지역은 2월보다 5월 농도가 높아진 곳이다. 주황색이 짙을수록 이산화질소 농도 상승 폭이 크다. NASA Earth Observ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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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겨울이면 몸살을 앓던 미세먼지 대신 코로나19와 파란 하늘을 본 인류는, 코로나19 이후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지난 3월 사회적 거리두기 직후 전국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지난해 평균치보다 각각 21.61μg/㎥, 16.98μg/㎥ 줄었다.

지난해 대비 35.56%, 45.45%가 줄어든 수치다.

미세먼지 전구물질, 즉 원료 물질인 이산화질소도 지난해보다 20% 넘게 줄었다.

코로나19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서는 초미세먼지가 3년 평균치 대비 42% 줄었고, 이산화질소는 57% 줄었다.

곳곳이 봉쇄되고 생활을 멈춘 유럽 역시 초미세먼지는 8%, 이산화질소는 53% 줄었다. 이산화질소가 크게 줄어든 건 교통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대기오염이 확 줄어든 걸로 '미세먼지=산업활동'이라는 해결책을 명확하게 본 셈"이라며 "답은 나와 있으니 어느 정도 행동하는가에 따라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심한 곳, 바이러스에도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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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기 직전인 올해 1월 18일 중국 베이징 시내의 모습. 자금성이 뿌연 미세먼지에 가려 흐리게 보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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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산은 대기오염을 줄이고, 역으로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 코로나19의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확산 당시 봉쇄된 중국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감소폭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컸다.

코로나19는 사람을 더 많이 죽이기도 했지만, 덜 죽이기도 한 셈이다.

미세먼지와 코로나19는 모두 호흡기를 공격한다.

한 쪽이 호흡기를 공격해 약해지면, 다른 한쪽의 공격도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역학관계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의 약한 조직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도 면역반응을 약화시켜, 우리 몸의 대항 능력을 손상시킨다.

약해진 호흡기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증상을 악화시키고 사망률을 높인다.

한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μg/㎥ 증가할 때마다 코로나19 사망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와 유사한 2003년 사스 유행 당시에도 대기질이 나쁜 지역에서 사망률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미세먼지 노출은 짧든 길든 코로나19로 인한 치사율을 높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미세먼지에 바이러스가 직접 붙어 옮겨다닐 가능성도 있다.

침방울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가 미세먼지에 붙어 흡입되면, 폐 더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게 된다.

이탈리아 북부의 공장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19 사망률이 더 높았는데, 다수 연구결과는 “이 지역의 높은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코로나19 사망률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제대기환경단체연합(IUAPPA)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건국대 선우영 교수는 “인간활동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란 게 코로나19 이후 너무 확실해졌다”며 “코로나 시대 미세먼지는 단순히 ‘대기질’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인간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인간이 스스로 만든 미세먼지 때문에 코로나19에 더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통제 불가능한 팬데믹, 노력으로 통제되는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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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확산 후 중국의 양회 기간인 지난 5월 25일 중국 상하이 전경. 멀리 보이는 도심 위로 누런색의 대기오염물질이 다소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도시가 또렷하게 보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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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가능한 팬데믹 시대에 적어도 미세먼지 만큼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다.

홍윤철 교수는 "건강영향으로 볼 때는 코로나19보다 미세먼지가 더 위험하고, 코로나19든 미세먼지든 위험인구는 노인·기저질환·만성병 환자로 똑같다"며 "코로나19 대응과 미세먼지 대응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끼고 다니기 때문에 미세먼지 노출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뜻밖의 건강효과가 한 예다.

홍 교수는 "대기오염을 국제적으로 감시하는 기제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도 배출권 거래제를 만들었는데,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감시를 못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밑에는 기후변화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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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항 능력을 키우기 위한 미세먼지 조절, 인간의 산업활동과 행동방식의 변화는 결국 기후변화 대응과도 이어진다.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에 일조하는 기후변화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탈탄소화’다.

코로나19는 뜻밖에 이산화탄소 감축에도 기여했다.

유럽 봉쇄 기간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억 9000만톤 감소하고, 미국도 교통량 감소로 탄소배출량이 40%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가장 광범위하게 퍼졌던 4월 전 세계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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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앞에서 블루파워 삼척화력 회사채 인수 6개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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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활동, 삶의 방식, 도시화 등 모든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우영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 대책들이 50년, 100년 뒤를 내다보고 만들어지는데 그러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고 본다”며 “빠른 시일 내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연료전환, 부가적으로 얻는 대기질 개선 효과 등을 생각하면, '탈탄소'는 코로나19 시대에 기본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 코로나 이후 ‘미세먼지 반등’, ‘이산화탄소 반등’에 대한 우려도 많다.

선우영 교수는 “과거 IMF 등 경제침체 직후 회복기에 오히려 대기오염이 증가하는 사례들이 있고, 팬데믹 이후 회복기에 갑자기 대기오염이 심해질 수도 있어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기오염이 줄어든 것을 계기로 조금 더 나사를 조이는 정책과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데믹(Syndemic)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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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믹 위기에 처한 인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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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믹은 2개 이상의 유행병이 동시 혹은 연이어 집단으로 나타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사태를 악화하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의학 인류학자 메릴 싱어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신(syn-)’은 ‘함께’ 혹은 ‘동시에’ 뜻을 가진 접두사이고, ‘데믹(-demic)’은 유행병(epidemic)을 의미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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