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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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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채권시장 수급 우려 크지 않아… 양적완화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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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국채 시장에 부담되는 건 사실… 불안시 적극 조치 취할 것"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장기적 국가채무 억제 노력 필요" 강조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향후 적자국채 확대로 인핸 채권시장 수급불균형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매입대상을 확대하는 양적완화(QE)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향후 채권시장 수급불균형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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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고채가 대규모 순발행될 예정이어서 채권시장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 채권투자의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급불균형이 시장 불안으로 번질 경우에는 적극적인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고채 이외의 공사채, 투자등급 회사채까지 매입대상에 포함하는 QE 도입에 대해서는 "최근 거시경제 흐름, 앞으로의 전망,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채권매입 대상이나 그 규모를 확대하는 본격적인 도입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에 대해서는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눈여겨 들을 만한 대목이라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이 심각하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 태생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 등은 분명히 앞으로 재정 운용에 있어 큰 리스크"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내년도 예산안,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라 채권시장에 수급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국고채가 대규모 순발행될 예정으로 있어 채권시장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채권투자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던 여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급불균형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최근 시장 여건을 보면,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국내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 여지를 염두해두면서 외국인, 국내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들의 채권수요 변화, 수급상황을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누차 언급했듯, 시장 불안 가능성에 적시에 적극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

-앞으로 국고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정례화 할 계획이 있나

"현재로서는 규모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 지난 9월에 5조원 매입 계획을 밝혔고, 그 계획이 바뀐 건 아니지만 수급 상황 바뀌면 단순매입 계획도 바꿀 여지는 있다."

-내년에는 국고채 단순매입 규모를 더 늘릴 예정인가

"수급불균형이 일어나서 장기금리 변동성 확대되고 그에 따라 시장 불안 상황이 나타나면, 국고채 단순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규모나 시기는 아무래도 내년 실제 상황을 보고 판단할 사안이다."

-국고채 이외 공사채, 투자등급 회사채까지 포함하는 양적완화(QE)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최근 거시경제 흐름, 앞으로의 전망,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채권매입 대상이나 그 규모를 확대하는 본격적인 QE 도입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정부 재정준칙 도입 효과나 관리 기준(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비율 -3% 이내)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국가재정운용에 있어 요구되는 자기규율을 마련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특히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느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연금,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이러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현 상황에서 재정운용에 있어 유연성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8년에 국제통화기금(IMF)가 효과적인 재정준칙 요건으로 제시한게 있다. 첫번째가 단순성이다. 재정 총량 지표에 대해 목표가 단순하고 명쾌하게 제시돼야 한다. 두번째는 강제성이다. 재정 준칙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시기구를 두는 것이 요구된다. 세번째가 유연성이다. 위기시 재정정책을 재량껏 운용할 수 있는 유용성이 제시됐다. 이번에 마련된 재정준칙안에 대해 이러한 각도에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 국회 중심으로 전문가 등 의견 반영해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국가채무 급증과, 허술한 재정준칙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지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가계, 기업을 보호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 기반 훼손을 막기 위한 재정 역할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눈여겨 들을 만한 대목이라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이 심각하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 태생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 등 분명히 앞으로 재정 운용에 있어 큰 리스크다.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나타낼 때까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한다고 했는데, 이때 회복세의 의미와 조건은 무엇인가

"코로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을 가리킨다. 한 두 가지 지표를 보고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8%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의미하나

"앞으로 정책 운용에 있어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는지 여부는 그때의 코로나 전개 상황, 소비·투자·수출 등 전반적인 실물지표의 흐름과 이를 토대로 한 경제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나갈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체만을 갖고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고려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 추이, 수출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은 전망치는 지난 8월(-1.3%)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나

"8월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성장률, 우리나라 성장률을 소폭 상향한 것은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좋았고, 3분기 경제 상황이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봉쇄를 하지 않으면서 경제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그 요인이 됐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그렇듯 우리나라 경제도 성장 흐름, 회복세는 코로나 전개 상황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보인 설비투자 부분이 향후 성장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설비투자는 월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한 두 달 실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긴 흐름을 파악해보면 올해 설비투자는 앞으로 큰 폭은 아니더라도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일부 반도체 기업의 생산 증설 종료, 선박 등 운송장비 수입 일시 중단으로 감소한 설비투자가 9월 이후에는 자본재 수입 증가를 중심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 부진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상승한 주된 요인에는 기상 여건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오름폭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미시적 요인이 4분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에서 발표한대로 이달 이동통신요금을 지원하는 조치가 시행되면서 가계의 휴대전화비용 부담 등이 줄면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가능성은 높지 않다. 11월 기준금리 향방은 2주 후에 발표되는 3분기 성장률 등 여러가지 추가로 입수된 지표를 토대로 판단할 것이다. 최근의 모니터링과 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면, 의결문에도 표현돼있지만 앞으로 성장 흐름이 8월 전망 경로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자산시장 과열 막기 위해 추진 중인 여러가지 거시건전성 정책과 시장안정 대책을 일관되게 끌고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은도 정책당국과 긴밀히 상황을 공유하며, 필요하면 여러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가계대출이 일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미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본다."

-저금리가 가계대출 증가의 무조건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가계대출은 금리 외 여러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대출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 정도, 자산시장 상황, 금융기관의 대출태도 등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공모주 청약 붐이 일어나면서 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났고, 코로나로 생활자금 용도의 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까

"단언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10월 이후에는 가을철 이사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한다. 하지만 최근 은행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다소 엄격히 끌고 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보고 말하겠다."

-코로나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금리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히는 한계기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원론적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지연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경제 주체들이 기업 지원 축소 철회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는 기업들마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에도 미국처럼 ‘고용’이 추가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은법 목적 조항에 명시적으로 고용을 추가할 지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가, 금융안정에 고용안정까지 넣어 상충 가능성이 있는 복수의 책무를 달성하기에는 통화정책 수단이 제한돼있고, 상충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두고 정책을 운용하다 보면 그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는 곧 정책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다양한 고용 관련 통계 중 무엇을 대상 지표로 할 것인지 등 실행 상의 문제도 간단히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도 고용 증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현재 한은은 물가 목표를 설정해놓고 그것을 지향하지만 물가 뿐 아니라 금융안정상황, 경기를 비롯한 고용 상황도 면밀히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한 점이 한은의 중장기적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준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스탠드를 밝히면서 다른 나라들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연준 통화정책 변화가 우리나라 정책 결정에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는 맞지만 기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다.
한은은 한은으로서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대한 외환당국의 인식은

"국내 코로나 재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원화 강세가 제한적이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달러화 지수가 급락하고, 중국 위안화가 절상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면서 소위 말하는 ‘디커플링’이 나타났다. 하지만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그 변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 주는지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약달러, 위안화 동조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수출에 미칠 영향은

"우리나라 수출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 국내 수출 구조가 고도화되기도 했고,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 국제 교역 상황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에 좌우된다."

-최근 외국인의 중국 국채투자 증가가 한국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대체효과와 보완효과가 모두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중국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국내 채권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대체효과가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 신흥국 투자 확대로 국내 투자가 늘어나는 보완효과도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내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 국채는 WGBI에 편입돼있지 않고, 국내 투자는 중앙은행, 각국 정부 등 공공부문 중심의 투자로 돼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그 요인이 된다."

-채권시장에서 한은이 금융불안을 의식해서 몇년간 저금리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

"금리 결정에 있어서 시한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소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어느정도 지속될지, 강도가 어느정도일지 워낙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몇 년 간을 단정적으로 염두에 둘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코로나 위기에서 다시 벗어나서 우리경제가 회복세에 들어가 안정적인 성장 괘도로 진입할 때까지는 완화적인 기조를 끌고 갈 수밖에 없다. 그 기간이 어느정도일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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