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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전세절벽 부른 주택임대차법 당장 뜯어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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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분출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이상 단지(1798개) 중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는 단지가 390곳에 이른다. 전세 시장에 불을 지른 것은 시장 우려를 무시하고 지난 7월부터 시행한 새 주택임대차법이다.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월세 기간을 사실상 4년으로 늘리고, 인상률을 5%로 묶자 눌러살려는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기존 세입자의 권리는 높아졌지만 신규 세입자들은 전세금 폭등으로 '슈퍼 을'로 전락하게 됐다.

성급하게 개정안을 밀어붙이다 보니 모호한 법 조항이 많아 임대인과 임차인 간 충돌도 잦아졌다. 법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자 정부는 해설집까지 내놓았지만 혼란은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 법의 유탄을 맞아 전셋집에서 퇴거 요청을 받고, 본인 아파트 매각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임대차법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홍 부총리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실거주하려 했지만 기존 세입자가 입장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매매 중단 위기에 처했다. 임차인은 계약 만기 전 1~6개월 사이에 언제라도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주택 매수자는 실거주 목적이라 하더라도 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없는 규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땜질 처방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부총리까지 부메랑을 맞았으니 서민들 사정은 어떻겠는가. 법정 소송이 벌어지고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위로금을 주는 등 시장은 난장판이다. 졸속 입법이 빚은 자승자박이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6일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4만8719가구)의 반 토막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정상화가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모호한 법 조항은 당장 정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또 전셋값은 집값과 연동해 움직이는 만큼 매물을 늘려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3기 신도시 공급 추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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