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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갤러리 산책] 전국노래자랑이 담아낸 한국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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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15년간 전국노래자랑 출연자 사진 찍은 변순철 사진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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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윗도리도, 아랫도리도 꽃무늬가 요란하다. 윗옷 위에는 주황색 조끼를 걸쳤는데 도라지 배즙 팩을 덕지덕지 붙였다. 다리는 개다리춤이라도 추려는듯 엉거주춤 하고, 좌우로 벌린 양 손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흥이 넘치는 동작을 취한 사진의 주인공은 2015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참가자다.


사진작가 변순철은 2005년부터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쫓아다니며 출연자들의 사진을 찍었다. 오는 12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그동안 찍은 전국노래자랑 사진 중 엄선한 77점을 전시한다. 전시 제목은 '바람아 불어라, 변순철 전국노래자랑'이다.


19일 성곡미술관에서 만난 변순철 작가는 어느날 전국노래자랑을 보다가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어렸을 때 일요일 오전에 부모님들이 켜놓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초상 사진에 천착했는데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진을 찍고자 했다. 한국 사람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명제처럼 품고 있었는데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던 전국노래자랑을 다시 보는데 전율이 돋았다. 저걸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그저 부모님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정도로 여겼던 전국노래자랑이 한국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셈이다. 전국노래자랑이 35년째 장수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우리를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 방송을 시작해 지난 6월 2000회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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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초상사진 작가가 19일 성곡미술관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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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은 다양한 실험을 모색하는 초상사진 작가다. '전국노래자랑'은 '뉴욕' '키드 노스탤지어' '짝-패' 다음의 그의 네 번째 초상사진 시리즈다. 전국노래자랑 전시는 2014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첫 선을 보였고 2015년 전주 서학동 사진관에서 두 번째 전시를 했다. 이번이 5년 만에 열리는 세 번째 전국노래자랑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5년간 전국노래자랑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변순철 작가는 "5년 전 전시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전시는 전국노래자랑 전시를 총결산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살아있는 대한민국 초상의 원형을 정리하려 했다"며 "2005년 시작할 때는 1~2년 정도 작업 기간을 예상했는데 어느덧 15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출연자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뭔가를 분출하고 싶어하는 심리, 욕망에 접근해 작업을 했다. 1~2년 정도 하다 끝날 줄 알았는데 지도를 갖고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니 개발되지 않은 광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노래자랑은 소리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나는 사람을 수집하는 과정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에 대한 헌시이자 헌사 같은 작업이다."


77점 중 32점은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찍은 사진이다. 무대의 기본적인 형태는 똑같지만 서울, 인천, 부산, 경북 성주, 전남 순천, 충북 옥천 등 장소와 시간이 다르기에 그림자의 형태 등 각 사진별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팝아트 작품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변 작가는 "33개의 사회적 초상"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사진들은 형형색색의 요란한 무대의상을 입은 출연자들을 근접 촬영한 사진들이다. 가무를 즐겼다는 한국인들의 본모습이 과장된 제스처, 정제되지 않은 동작을 통해 여과없이 드러난다.


변 작가는 "초상 사진의 틀에 맞춰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어진다. 의상이나 배경, 포즈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의도치 않게 보여지는 본모습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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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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