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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숨진 17살, 독감백신 때문일 가능성 낮다”지만 커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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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외 질환 없는데도 접종 이틀 후 사망

세계일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 앞서 유통 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로 중단됐던 올해 예방접종 사업이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뉴스1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용 백신을 맞은 뒤 이틀 만에 숨진 17살 고등학생 사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에 이어 의학 전문가도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숨진 학생이 알레르기성 비염 외에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감 백신을 둘러싼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당 고교생의 사인을 두고 “아주 예외적인 상황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인과관계를 미리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독감 백신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정말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감 백신 성분을 보면 죽어 있는 형태로 만든 백신이기 때문에 사백신 불활성화 백신은 사망과 같은 중증의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실제로 아주 심각한 이상반응이 생긴 사례가 증명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과수도 1차 부검 결과 같은 의견을 냈다.

이어 엄 교수는 숨진 고교생이 백신 접종 후 가족에게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는 점과 관련해선 “통상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국소적인 부작용이나 또는 전신적인 부작용들이 경미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피곤하다고 했다는 것도 백신에 의한 부작용 때문인지, 아니면 사망과 연계돼 있는 다른 질병의 초기 증상이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려진 걸 보면 대부분 국소적인 부작용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미하거나 짧은 시간 내 호전된다”면서 “백신이 유통 과정이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변질된다고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중증의 이상반응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도 부연했다.

엄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하거나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며 “부검 결과를 예의주시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전날 독감 백신 수급 및 접종 상황 브리핑에서 올해 백신 접종 뒤 신고된 이상 반응 353건 중 사망 사례 1건이 보고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인천의 한 고교 3학년 A(17)군으로, 지난 14일 민간 의료기관에서 무료 접종을 받았고 이틀 뒤인 16일 오전 숨졌다. 접종 전후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A군이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제공한 백신이다. 앞서 국가조달물량 백신 가운데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면서 적정온도(2∼8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신성약품이 유통한 문제의 백신 539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중 약 48만명분이 수거된 상황이다.

다만 질병청은 A군이 맞은 백신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제품이 맞지만, 해당 제품은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군의 사망 사례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올해 이상반응의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예방 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와 접종과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역학조사와 피해조사반의 조사 등을 통해 인과관계에 대한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A군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 외에 특이한 기저질환(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A군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했다. 질병청은 또 A군이 접종받은 백신과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신고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온라인 공간 등에서는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사태에 이어 사망 사례까지 보고되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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