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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주주 기준 개정에 맘급한 개미와 느긋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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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정부가 2021년 초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가운데 세대(가족) 합산 규정을 삭제할 전망이다. 대주주 과세 확대 시점인 4월 이전 시행령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다음달 정기 국회 전까지 대주주 과세 확대 보류를 포함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말 대주주 회피성 매도 물량을 우려한 것으로, 정부와 투자업계의 온도차가 크다.


"3억원 기준 그대로" vs "이달 중 발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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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합산기준 금액변경 계획없이 가족합산 방식을 인별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7일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과세 기준을 가족합산에서 인별로 바꾸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기재부는 2021년 1~2월 중 소득세법 시행령을 바꿔 가족합산 주식에 대해 대주주 판단을 했던 것을 개인별 과세로 바꿀 예정이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은 이미 소득세법 시행령에 반영돼 있다. 대주주 과세 확대가 시행되는 내년 4월까지 가족합산 규정 삭제 외엔 별다른 개정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령상 가족합산 규정은 지금 당장 개정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라며 "내년 1~2월쯤 개정을 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달 중 정부의 시행령 개정방침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주주 기준 확대를 보류하기 위해선 시행령 개정 작업이 필수인 데다 투자심리 악화를 막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억원 이상 대주주 기준에 가족합산 폐지를 골자로 한 야당발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는 만큼 시행령보다 상위 규정인 소득세법 개정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는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해임청원을 포털 인기 검색어로 끌어올리는 '실검 챌린지'에 나서며 반발을 표하기도 했다.


대주주 확대는 내년부터인데 vs 연말 매도물량에 개미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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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에서 세대(가족) 합산 방식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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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과세 형평 관점에서 대주주 기준 하향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2년 전인 2018년 2월 국회와 논의를 거쳐 단계별 대주주 확대를 결정했고, 시행령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정책 기조에 비춰봐도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가 지나치지 않다고 보고 있다. 3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적용한 대주주수는 9만3500명으로 전체의 1.5%인 데다, 2023년 금융투자소득 과세도 기본공제금액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린 점을 고려하면 '동학개미 옥죄기'란 지적은 지나치다고 항변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늘어나는 대주주 숫자만을 들어 정책 영향을 축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정 종목에 대한 대주주 여부는 연말 보유분 기준으로 적용되고 연중엔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매년 장 마감 전까진 대주주 기준에 맞춰 보유지분을 내놓는 매도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장마감 이틀 전인 12월28일까지 매도주문을 내야 정부의 대주주 과세를 피할 수 있다. 통상 12월부터 대주주 기준 회피 매물이 나오는데, 그에 따른 주가하락이 뒤따른다는 것. 대주주는 9만명이지만 이들이 내놓는 물량에 따른 주가 하락을 고려하면 증시 전체 투자자가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도세 과세 대상이 1.5%뿐이라 영향이 적다는 정부 설명은 시장을 너무 모르는 얘기"라며 "대주주 과세 기준 변경은 기준금액 이상 주식 보유자뿐만 아니라 소액을 투자하는 개미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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