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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리뷰]응원하고 싶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아쉬운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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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일이 되었으면 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 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고 싶은 것. 여기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픈 마음까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는 공감과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재미를 폭발시키는 한방이 부족하다.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들이지만,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이다.

조이뉴스24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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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한자리에 모인 삼진그룹 말단 여직원들은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을 외친다. 생산관리3부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분)은 입사 8년차, 실무 능력은 퍼펙트지만 현실은 커피타기 달인이다. 호기롭게 사무실에 들어서지만, 정작 눈앞에 펼쳐진 건 치워야 할 쓰레기들. 자영은 익숙하게 이를 치우고 청소도 반짝 반짝 해놓을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늦게 입사를 한 대리의 업무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 자영의 절친은 추리소설 마니아로 뼈 때리는 멘트의 달인인 마케팅부 돌직구 정유나(이솜 분),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인 회계부 수학왕 심보람(박혜수 분)이다. 그러던 중 자영은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하고 유나, 보람과 함께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싸움이지만, 세 친구는 정의를 위해 똘똘 뭉친다.

1995년이 배경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세계화를 외치며 회사에서 고졸 사원을 대상으로 토익반을 개설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1991년 구미 낙동강 폐수 유출 사건을 더해 빠른 경제 성장 이면의 부작용을 부각시킨다. 과거의 일이 아닌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대기업의 갑질, 직장인의 애환 등을 다루며 공감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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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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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이루는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돋보인다. 특히 주축이 되는 자영, 유나, 보람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서로를 아끼고 의지하며 '찐케미'를 완성한다.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은 어설프지만 진정성이 넘치고,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안겨준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의 연기 호흡은 구멍 하나 없이 완벽하다. 실제 촬영을 하면서 합숙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는 이들은 캐릭터에 힘을 더하며 자신들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또 자영은 '사람은 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빛난다'는 평범하지만 어려운 가치를 보여주면서 '일을 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하던 보람 역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뭉클한 성장을 보여준다. 남자 직원들에게 밀려 커피만 타고 무시 당하던 여성들의 주체적인 움직임과 연대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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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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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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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움도 존재한다. 예상 가능한 전개는 결말을 뻔하게 만들고, 강력한 한방이 없어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의미있는 메시지 그 이상의 재미를 찾기엔 힘이 부족하다. 반전이 있지만, 이 역시도 강렬함을 남기긴 어렵다.

10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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