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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0조’ 인텔 품은 SK…재계 2위 ‘눈앞’, 낸드플래시 세계 2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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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빅딜,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2위 도약

낸드 점유율 20%로 후발 약점 극복

디램 의존도 낮춰 사업구조 재편


한겨레

그래픽_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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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반도체(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세계 반도체산업 지형은 물론 국내 재계 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큰 거래(빅딜)’다. 이번 인수로 하이닉스는 디(D)램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 모두에서 세계 2위 사업자로 뛰어오른다.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던 에스케이그룹은 이번 거래로 일약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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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배경은?


인수 대금은 10조3천억원(약 90억달러)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를 9조3천억원(약 80억달러)에 사들인 삼성전자가 갖고 있다. 이번 거래는 하이닉스와 인텔 양쪽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닉스는 매출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디램 의존도가 크다. 디램 업황은 속성상 주기적 등락이 큰 터라 하이닉스의 실적도 춤을 췄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했다는 얘기이다.

이석희 하이닉스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낸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이번 거래 배경을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인텔 인수로 낸드 업계의 공급자가 줄어들어 교섭력이 커지고, 하이닉스는 20%의 점유율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세계 대표 반도체기업이란 위상과 달리 비메모리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비메모리 사업에 역량을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앞세운 엔비디아 등 후발업체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컸던 올해엔 ‘인텔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단적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는 동안 인텔 주가는 외려 큰 폭 하락했다. 이미 시가총액에선 엔비디아에게 밀려난 상황이다. 인텔로선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메모리 사업 매각을 선택한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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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재계 판도


이번 거래로 에스케이그룹은 단숨에 재계 서열 2위 자리 문턱까지 다다른 상태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공정자산) 기준으로 에스케이는 9조원 내외의 차이로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에스케이 고위 관계자는 “계약서상 내년 각국 정부의 거래 승인을 받게 되면 총대금 90억달러 중 70억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잔금은 거래가 종결되는 2025년에 지급한다. 인텔 자산 소유권도 대금 지급 시기에 맞춰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말께 에스케이그룹이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로 사들이는 인텔 자산은 모두 7조8천억원 남짓이다.

에스케이그룹은 국내 주요 재벌그룹 중 가장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그룹 덩치를 불려왔다. 대부분 그룹들이 출자를 통해 회사를 설립한 뒤 사업을 다각화해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재벌그룹이 인수·합병에 본격 뛰어든 것은 최근 2~3년 내의 일이다. 특히 에스케이는 지난 2012년 3조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사들인 뒤 데이어 또다시 이번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반도체 산업을 그룹 핵심 사업 축으로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30여년간 반도체 산업을 일군 것과 비교된다.

주요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새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대기업들의 인수 합병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대규모 거래로 재계 순위가 변화하는 등 재계 판도가 출렁이는 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500원(1.73%) 내린 8만5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가 시작된 직후 전날에 견줘 2700원까지 잠깐 오른 뒤 거래 시간 내내 약세를 보였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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