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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 의식했나… 껄끄러운 곳 지운 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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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각오’ 개정판 출간서

공문서 보존의 중요성 부분 삭제

아베 의혹 관련 공문서 쟁점돼

세계일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유일한 저서의 개정판(사진)을 출판하면서 공문서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문을 삭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날 야당 시절인 2012년 출간한 단행본 ‘정치가의 각오, 관료를 움직이게 하라’의 내용을 보완한 개정판을 출간했다. 244쪽 분량인 개정판에서는 공문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옛 민주당 정권을 비판한 장(章)이 삭제되고, 스가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7년 8개월여 동안 관방장관으로 일하면서 했던 인터뷰 내용이 추가됐다.

원래 삭제된 부분에서는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정권이 회의록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은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가 총리는 원저서에서 “정부가 모든 기록을 극명하게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의록은 가장 기본적인 자료다”라며 “그 작성을 게을리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부문이 삭제된 것은 최근 일본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베 정권 이래 계속되고 있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아베 전 총리 측근 사학에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가케학원 스캔들(아베 전 총리 지인 학교에 수의학부 특혜신설 의혹),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정부 예산의 아베 전 총리 개인후원회 전용 의혹)과 관련해 공문서 개찬(改竄: 악용 목적의 문서 자구 수정)이나 공문서 폐기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신문은 “총리가 관방장관이었던 2017년 브리핑에서 가케학원에 관한 의사록 공개와 관련해 기자가 이 대목을 읽은 뒤 ‘이것을 책에 쓴 정치가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모른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출판사인 문예춘추는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 “옛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보다는 최근의 인터뷰 내용이 독자 요구에 부합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가 총리의 원저서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 정가(1300엔)의 80배 가까운 10만엔(약 110만원)의 호가가 형성되기도 했다. 아마존재팬 사이트에 개정판은 880엔(약 9500원)에 올라왔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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