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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샴쌍둥이 자매의 기적, 머리 분리수술 3년만에 걸음마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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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료진 100명이 세 차례로 나눠 4개월 동안 수술한 끝에 머리가 분리됐던 파키스탄 샴쌍둥이 자매가 생후 3년 6개월 만에 걸음마를 시작한다. 다만, 둘 중 한 명만이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료진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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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수술에 성공한 샴쌍둥이 자매 사파 비비, 마르와 비비.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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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샴쌍둥이 자매 사파(3), 마르와(3)의 어머니인 자이나브 비비는 지난해 2월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르먼드 스트리트 병원(GOSH)에서 자매의 분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파키스탄에서 두 딸과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자이나브는 “쌍둥이가 가족 곁에 돌아와 매우 기쁘다”며 “(쌍둥이의 수술 성공은) 신의 의지. 두 딸은 곧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나브는 “영국 의료진은 영웅”이라며 “7명의 남매가 쌍둥이를 돕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쌍둥이 가족은 총 9남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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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 자매 가족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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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GOSH에서 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의 와세 질레이니는 “마르와가 잘 해냈고 계속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느낀다”면서도 “사파에겐 그 정도의 확신이 없다”고 했다. 머리가 붙어있는 형태의 샴쌍둥이는 각각의 두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로처럼 복잡한 혈관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샴쌍둥이 둘 중 한 명만이 주요 혈관을 받을 수 있다. 당시 몸 상태가 더 안 좋은 마르와가 주요 혈관을 받게 됐고, 결과적으로 사파는 수술을 받으면서 뇌에 충격이 가해졌다.

질레이니는 “사파는 뇌에 영구적 손상을 입었고 아마도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사파와 마르와가 더 일찍 분리 수술을 받았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둘의 수술 비용을 마련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은 샴쌍둥이 가정에 수술과 치료 비용에 쓰인 100만 파운드(약 14억 7700만원)는 큰 부담이었다. 이후 이 돈은 파키스탄 기업가 무르타자 라카니가 대신 냈다고 한다.

질레이니는 최근 동료 외과의인 데이비드 더나웨이와 함께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자선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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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수술 전인 샴쌍둥이 자매 사파 비비, 마르와 비비의 모습.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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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신체 부위가 결합돼 태어나는 샴쌍둥이는 사례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두개골이 붙어 있는 형태로 태어나는 경우는 샴쌍둥이 20쌍 중 1쌍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대부분은 나이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난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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