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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탈원전 정쟁만 남긴 월성1호기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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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계속가동 경제성 저평가”

385일 만에 감사 결과 내놨지만

조기폐쇄 타당성엔 판단 안내려


한겨레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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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애초 경제적 타당성에 초점을 맞춘 이번 감사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최재형 감사원장의 발언을 둘러싼 치열한 진영싸움으로 번진 것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작업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보고서에서 판매단가와 비용 산정이 과다했다고 결론지었다. 한수원이 전체 원전의 이용률(84%)을 기준으로 삼으면 전망 단가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계법인이 이것을 보정하지 않고 사용하게 해 전기 판매수익이 낮게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반면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할 때 감소하는 인건비 및 수선비 등 비용을 과다하게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을 근거로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을 의결했다면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과정과 경제성 평가의 적정성 여부를 위주로 점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대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선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점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이사들이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으나,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관련 자료 삭제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해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다.

198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월성 1호기는 국내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이자 국내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원전으로, 2012년 11월 30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가동이 정지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을 연장하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그해 6월부터 운전을 재개했다가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로부터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은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조처였다. 하지만 조기 폐쇄 타당성 평가 과정에서 일부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9월 국회의 감사요구안 통과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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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385일 만에 결론을 냈으나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아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의 폐쇄 결정을 내릴 당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은 불법이라는 1심 판결이 나온데다 이미 원전의 안전성, 주민수용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만 검토하고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출발부터가 잘못된 감사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쇄할 때마다 찬반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10년 내 고리 2~4호기, 한빛 1~2호기 등 원전 10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감사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치쟁점화돼 논란이 들끓었다. 최 원장의 ‘41% 지지율을 받은 대통령’ 발언을 정점으로 여당은 최 원장의 중립성을 문제 삼았고, 야당은 정부·여당의 ‘외압’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감사원 회의 내용이나 감사 내용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가면서 감사원의 공정성도 훼손됐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탈원전 흐름이 대세인 만큼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업부도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박기용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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