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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투어 10년 더 뛰겠다…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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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테니스 대들보 권순우

메이저 대회 개근, US오픈 첫 승

체력과 영양 섭취 중요성 깨달아

내년 메이저 32강·투어 4강 목표

중앙일보

권순우는 개인 최고 랭킹(69위)을 작성하고 US오픈에서 메이저 첫 승을 거두는 등 뜻깊은 한 시즌을 보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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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승부는 이제 시작입니다.”

권순우(23·CJ 후원·세계 88위)는 더는 테니스 샛별이 아니다. 한국 테니스를 떠받치는 대들보다. 올해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메이저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윔블던 대회를 뺀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US오픈에서 본선 무대를 밟았다. US오픈에서는 올해 목표였던 메이저 첫 승도 거뒀다.

2월에는 4주 연속 투어 대회 8강 진출로 개인 최고 랭킹인 세계 69위에 올랐다. 2015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고, 8승7패를 기록했다. 올해 벌어들인 상금이 35만7158달러(4억1000만원). 이 역시 개인 최고기록이다.

이 모든 게 서막에 불과하다.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만난 권순우는 “올해는 코로나19로 5개월 정도 쉬었다. 내년에는 1년 내내 국내에 돌아오지 않고 투어 대회에 집중하려고 한다. 진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오픈을 마치고 3일 귀국한 뒤 2주간 자가 격리를 했는데, 이 기간 집에서 근력운동에 집중했다. 격리가 끝난 이번 주부터 코트 훈련을 재개했다. 하체 단련을 위해 매일 한강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

권순우는 “1년 내내 고른 경기력을 유지하려면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렸더니, US오픈에서 4세트 경기를 해도 힘이 빠지지 않더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게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줄어든 근육량을 보충하기 위해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달려갔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임규태 코치를 대신할 새 코치도 구하기로 했다. 그는 “국내외 코치를 모두 알아보고 있다. 강행군이 될 내년 잘 도와줄 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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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공을 받아 넘기는 권순우. 그는 이 대회에서 메이저 본선 첫 승을 따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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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권순우를 만난 일이 있다. 당시에는 자신의 테니스 인생에 대해 이 정도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호주오픈 4강의 정현(24), 청각장애를 딛고 프로에 데뷔한 이덕희(22)보다 주목받지 못했던 그다. 당시 그는 “챌린저 대회에서 1승만 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챌린저는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 대회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톱 클래스 선수가 즐비한 메이저 대회를 누빈다. 그는 “이 자리에 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인생이 확 달라졌다”며 웃었다.

무명 시절을 잊지 않는 권순우는 “어떤 관심이라도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US오픈 2회전 당시 3세트 도중 초콜릿을 먹었는데, 논란이 됐다. 당시 한국 해설진이 “초콜릿은 당이 굉장히 높아서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끌어올릴 때는 좋지만,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 경기 도중 먹는 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높은 랭킹에 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허기 지면 푹 쓰러질 때가 있다. 그날은 바나나를 먹어도 허기를 느꼈다. 코치님이 급히 초콜릿을 사다 줬다. 영양을 생각해 프랑스오픈 때는 아몬드가 가득 들어간 초콜릿을 준비했다. 전에는 경기 중에 뭘 먹어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높은 관심을 받아 감사하다”며 웃었다.

권순우도 나름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인터뷰 때도 음료수로 커피 대신 자몽주스를 선택했다. 그는 “커피를 안 마신다. 탄산음료도 잘 안 먹는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물을 마신다”고 귀띔했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는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는다. 글루텐 알레르기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걸 알고부터다. 철저한 식단 관리도 정상 등극에 한몫했다. 권순우는 “정상급 선수가 되려면 먹는 것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권순우의 내년 목표는 소박하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선 3회전(32강), 투어 대회에선 4강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50위’나 ‘투어 대회 우승’ 등을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호기롭게 ‘세계 10위’, ‘투어 대회 우승’ 등을 얘기했다. 올해 많이 뛰면서 깨달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앞으로는 지난 시즌보다 조금 더 향상된 목표를 세우고 뛰겠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앞으로 10년 더 투어를 뛰겠다고 했다. 매년 목표를 조금씩 높여 달성한다면, 10년 뒤에는 세계 1위 권순우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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