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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최태원, 10조원 메모리 승부수 인텔 낸드사업 통째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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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국내 사상 최대 M&A

낸드 점유율 11.4→22.9% 두배로

D램 이어 낸드도 글로벌 2위 도약

증권가, 인수대금 10조 부담 우려

중앙일보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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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부문을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한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를 새로 쓴 ‘빅딜’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SK하이닉스가 낸드 분야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기판)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 등 낸드 부문 대다수를 인수하게 된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분야로 육성 중인 옵테인(D램과 낸드의 장점을 합친 제품) 사업부문만 제외하고 메모리 사업 전체를 통째로 SK하이닉스에 넘기는 셈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오늘은 SK하이닉스 37년 역사에 기록될 매우 뜻깊은 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낸드 사업에서도 D램 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의 매출 비중이 7대3 정도로 차이가 컸다. 점유율에서도 D램은 30%(2분기) 정도를 차지해 삼성(43%)과 함께 경쟁사에 한참 앞서있지만, 낸드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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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메모리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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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SK하이닉스는 낸드 분야에서도 삼성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33.8%), 키옥시아(17.3%), 웨스턴 디지털(15%), 인텔(11.5%), SK하이닉스(11.4%) 순이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이 엎치락뒤치락하며 4~5위권을 꾸준히 형성하고 있는데 두 회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20%가 훌쩍 넘는다. 2위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를 가볍게 따돌리게 된다.

이번 빅딜에 대해 업계는 대체로 ‘윈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 부문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인텔로서는 비주력인 메모리 부문을 덜어내고 주력인 비메모리 부문에 집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텔의 메모리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6% 정도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AMD의 도전을 받고 있는 주력부문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7나노급 미세공정 도입이 연기되면서 기술개발 속도까지 더뎌진 상태다. 주요 고객인 애플은 노트북 컴퓨터에 자체 개발칩을 탑재하겠다면서 ‘탈(脫) 인텔’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스완이 재무 전문가 출신이라서 엔지니어 출신인 종전 CEO와는 달리 과감하게 사업 재정비를 택한 것 같다”며 “SK하이닉스로서도 강점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돼 양사 모두에 좋은 계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엔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공존한다. 역대 최고인 10조원의 인수대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낸드 점유율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2025년 3월까지 다롄 생산시설에 대한 운영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1차 딜 클로징(종료) 시 8조원 자금 지급은 부담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인텔은 계약에 따라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은 후 70억 달러(8조192억원)를 먼저 지급한다. 잔금이 치러지는 2025년 3월에 지적재산권과 다롄 생산시설 운영 인력 인수가 마무리된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500원(1.73%) 하락한 8만5200원에 마감했다. 미국에서 인텔의 주가는 전날보다 0.8% 오른 54.7달러를 기록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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