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공개한 자료 삭제 행태
감사 착수 소식에 담당 국장이 지시
2시간 동안 파일·e메일 증거 인멸
감사원, 포렌식 통해 324개 복구
20일 공개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감사보고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원전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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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가까운 오후 11시24분36초부터 지우기 시작했다.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것부터 손을 댔다. 나중에 복구돼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파일명과 파일 내용을 모두 수정, 저장한 후 삭제했다. 시간이 걸리자 파일명은 그대로 둔 채 내용을 바꾸고 지웠다. ‘한수원 사장에게 요청할 사항’이란 문서가 ‘4234’란 파일명이 되고, ‘161201-신에너지정책 작업반 운영 계획(안)’이란 문서의 내용이 “ㄴㅇㄹ”만 기록되는 식이다. 워낙 문서의 양이 많아 이렇게 삭제하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단순 삭제(shift+delete 키 사용)를 했다. 나중엔 파일이 담긴 폴더까지 지웠다.
결국 다음 날 오전 1시16분30초까지 2시간 가까이 122개 폴더와 그 안에 담긴 444개 파일을 없앴다. 또 자신의 e메일과 스마트워크센터 클라우드 등에 저장된 월성 1호기 자료도 모두 삭제했다.
감사원에서 어떻게 진술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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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일 공개한 G의 자료 삭제 행태다. 감사원은 포렌식을 통해 444개 중 324개를 복구했다. ‘180523_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 및 향후 추진일정(BH송부)’ ‘180205_법률자문’ 등이다. G는 감사 과정에서 “감사 관련 자료가 있는데도 (감사관에게) 없다고 말하면 마음에 켕길 수도 있을 것(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고, 자료를 요구하면 제출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담당 국장은 감사원 문답 때 “문서를 삭제하도록 한 건 정말 짧은 생각이었다”고 했지만 이후 감사위원회의 직권 감사 땐 “담당 과장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료는 각자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전화로만 얘기했다”고 번복했다.
감사원은 감사를 방해한 담당 국장과 G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하도록 요구했다. 둘의 행위가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위배됐다고 판단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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