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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뒷북 규제나 내놓는 금융 당국, 책임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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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이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번진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뒷북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와 함께 ‘집중대응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제 첫 회의를 열고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취지는 증시 전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형사 처벌만 가능한 금융 불공정거래에 대해 부당 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보아 이번 펀드 사태의 파장을 의식한 행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펀드 사기사건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부실 감독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금감원의 전 국장급 직원이 재직 중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준 댓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금융 당국 직원 연루 사실이 잇달아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성이 없다. 청와대에 파견된 금감원 직원이 라임 사건 주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 관련 검사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직원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따지고 보면 금융위의 정책 실패와 금감원의 감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위는 2015년부터 펀드 투자액 하한선을 낮추고 펀드 설립 사전등록제를 사후보고제로 바꾸는 등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러면서도 그 결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시장의 불법·비리 발생 가능성에 대응한 감독 체제 강화에는 소홀했다. 그렇다면 금융시장 감시견(워치독)이라는 금감원이 후각을 긴장시켜 시장 현장 감시에 만전을 기해야 했으련만 그러기는커녕 불법·비리에 스스로 연루되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금융 당국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자기 반성이나 정화는 없이 시장에 대한 뒷북 규제나 내놓으며 책임 추궁의 소나기를 피해 보려고만 한다. 지금은 시장 규제 강화보다 금융 당국 내부 통제 강화가 더 시급해 보인다. 아울러 펀드 사기사건으로 비효율성이 드러난 금융감독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도 속히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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