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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성인지 감수성 vs 검열, 몸살 앓는 'K-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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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옮겨간 정치적 올바름(PC) 논란…"웹툰 업계 숨통 조여"

뉴스1

네이버웹툰 '인생존망' 한 장면. 왼쪽은 수정되기 전 모자이크 처리된 장면이며 오른쪽은 수정 후 장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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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네이버웹툰 '인생존망'의 여성 캐릭터 뒷모습이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가 원상 복구되는 일이 일어났다. 계속되는 웹툰 검열논란에 온라인상에는 'K-검열'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국내 웹툰 시장이 글로벌로 뻗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포털이 '성인지 감수성'을 강화한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1차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잣대가 웹툰으로 옮겨가면서 업계의 표현·창작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여혐·선정성 논란…새로 공개된 웹툰에 '모자이크' 처리

네이버웹툰 '인생존망'(작가 박태훈) 52화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8일 유료 선공개된 52화에서 남성 캐릭터와 카페에 앉아있던 여성 캐릭터가 자리를 떠나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여성 캐릭터의 하체 뒷모습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채 공개되면서다.

앞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네이버웹툰 '체인지'와 달리 해당 장면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속옷이나 속살 노출은 없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여성 주인공이 긴 검정바지를 입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여성캐릭터의 뒷모습이 별다른 이유없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채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의견란을 통해 "검열이 선을 넘었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웹툰이 최근 선정성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과도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네이버웹툰 측은 지난 19일 모자이크 처리를 없앤 수정본으로 해당 장면을 교체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장면 수정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지침)에 따르며 편집부가 임의로 작품을 수정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건은 수정요청을 한 부분이 과하게 모자이크 표현이 돼 작가와 상의해 다시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PC가 웹툰 업계 숨통 조여"

네이버웹툰은 최근 여성혐오(여혐) 논란과 선정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복학왕'(작가 김희민)과 '헬퍼2:킬베로스'(작가 신중석)가 여혐·폭력적 표현으로 큰 논란이 됐고, '체인지'(작가 장진원)는 여성 신체 일부를 부각한 그림체로 도마 위에 올랐다.

웹툰이 소재부터 그림체까지 다양하게 비판을 받으면서 검열논란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네이버웹툰과 작가는 사과문을 게시하고, 문제된 장면을 수정하고 있다. 이번 모자이크 처리도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한 네이버웹툰과 작가의 피하지 못할 선택이었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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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체인지' 수정장면 (트위터 '웹미' 계정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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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PC하다'라는 표현이 종종 쓰인다. 이는 여성, 성소수자, 특정 종교인을 내세우며 편견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뜻한다. 일각에선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해 'PC가 묻었다'고 표현한다.

그간 PC한 콘텐츠는 악성댓글의 대상이 됐다. 영화 '캡틴 마블'은 여성 슈퍼히어로를 내세웠다는 이유로 'PC이용가'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강인한 공주 캐릭터를 내세운 디즈니 만화영화도 'PC가 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도한 PC가 웹툰 업계에 강요되면서 시장의 숨통을 막고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웹툰협회 측은 지난 8월 기안84 여혐논란 당시 과도한 PC를 우려했다.

웹툰협회는 "당대 사회적 어젠다나 특정 정파성과 주의에 경도된 PC의 관점에 준거한 부조리를 빌미로, 여느 작가의 창작과 작품을 비판적 논쟁의 영역을 벗어나 물리적으로 강제하려는 행위는 조지 오웰의 1984가 그토록 경계했던 빅브라더 사회, 전체주의로 해석하는 파시스트들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창작은 자율적이어야 하며 그 결과는 시장이 수용한다는 원칙을 존중하지만 특정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창작의 시작을 금지하고 완성된 작품을 소각시키려 하는 방식에 동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웹툰 '신과함께' 작가 주호민도 "(검열 논란은)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 예능도 마찬가지고 꽤 됐다"며 "사람들은 자신의 통찰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다 보면 점점 기준이 높아진다"고 했다. 주 작가는 독자들의 높은 기준과 작가의 좁아지는 표현방식을 우려했다.

◇"혐오·비하·성폭력 교육과 가이드 필요해"

다만 웹툰업계도 혐오·비하 표현 등에 대한 강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웹툰협회도 "혐오나 비하, 성폭력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네이버가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으로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상황에서 심의 가이드라인을 좀 더 상세하게 다듬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IT업계 관계자는 "K-웹툰이 수출효자로 등극하고 있는 가운데 뒷그늘을 사전에 바로잡아야 국가 위상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웹툰이 대중적인 콘텐츠가 된 만큼 작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성인지 감수성 등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웹툰 측은 "현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 기준 등 외부 기관의 기준을 참고한 내부 가이드라인과 이용자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작가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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