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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라임·옵티머스 사태

검찰 ‘뒷북’ 로비 의혹 수사에 옵티머스·라임 키맨들 줄줄이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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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로비 진술 지난 7월 받고도 최근에야 사무실 압수수색

라임, 3000억 뭉치돈 들고 나간 인물 필리핀 카지노 인수설도

헤럴드경제

옵티머스 로비스트 신모씨가 사용하던 서울 강남의 사무실 전경. 지금은 다른 업체가 들어서 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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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검찰이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수사를 본격화했지만, 의혹을 풀어줄 핵심 ‘키맨’들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특히 김재현(50·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가장 많은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신모(56) 씨도 행적이 묘연해 검찰이 수사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지난 7월말 옵티머스 사건 핵심 인물인 윤석호(43·구속기소) 변호사로부터 신씨와 기모씨, 김모씨가 로비 창구였다는 진술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이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다. 검찰은 16일에야 신씨와 기씨, 김씨가 사무실로 사용한 강남N타워 압수수색에 나갔다. 검찰은 기씨와 김씨의 휴대전화를 뒤늦게 확보하고, 강남N타워의 출입기록 및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신씨 등이 사무실로 사용하던 이 건물 14층에는 이미 다른 회사가 들어온 뒤다. 당초 “검찰에 나가서 사실을 밝히겠다”고 한 핵심인물 신씨는 연락이 끊긴 채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자금 돌려막기’ 피의자 영장심사 불출석… 금융권 로비 정영제도 행방 묘연핵심 인물들의 도피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옵티머스 자금을 돌려막기한 정황이 있는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 이모(53) 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권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옵티머스대체투자 정영제(57) 대표 역시 지난 7월 옵티머스 경영진이 구속된 후에도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등 대외 활동을 했으나 최근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잠적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신 에스크베리타스 자산운용을 설립했던 이혁진(53·기소중지) 씨는 검찰 수사 도중 해외로 출국해 현재 미국에 체류중이다. 법무부가 국내 송환을 추진중이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옵티머스 사건 수사 순서상 펀드 사기 부분을 먼저 기소하고, 로비 의혹 부분은 나중에 수사하는 원래 계획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개월 전에 각종 로비 의혹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기초 조사도 벌이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금융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피해자들이 많은 사건의 특성상 김재현 대표 기소를 먼저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김재현으로부터 충분한 진술을 받은 상황이라서 로비 수사 부분을 나중으로 미뤘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라임 사건에서도 3000억 빼돌린 당사자 해외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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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야권 인사에게도 로비를 벌였으며 현직 검사에게도 접대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김 전 회장이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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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늑장 수사 의혹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에서도 불거진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자신의 옥중 편지에서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한 인물인 부동산시행사 메트로폴리탄 김영홍(47) 회장은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필리핀으로 빼돌린 상태다. 김 회장은 필리핀 현지에 카지노를 인수한 뒤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폴리탄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법조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 3~5월 서울남부지검에서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모 법무법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잘 모른다고 하니 다른 쪽에 알아보겠다며 가볍게 넘어갔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업계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결국 의지의 문제인데 검찰의 수사 의지가 많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대형금융사기 사건 치고 피해보상은 신속하게 이뤄진 편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줄어드니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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