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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금태섭 탈당이유서 본 네티즌 "철새 꺼져라" "큰 결단에 박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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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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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며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남긴 '탈당 이유서'에 대한 네티즌의 기대와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탈당 이유서'에서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변했다. 국민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며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 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고 아쉬워했다.

금 전 의원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일부 여권 지지층은 "나갈 때는 말없이", "가라 껍데기", "다시는 같이하지 말자", "다시 오지는 마라, 시각공해, 청각 공해 유발은 하지 말거라", "철새나 박쥐가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다른 곳으로 갈 예정이라는 말을 이리도 구구절절하게 장황하게 써놨네" 등의 비판이 달렸다. "그래 꺼져",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라는 감정적인 반응도 잇따랐다.

비판 댓글만큼이나 "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는 응원의 목소리도 뚜렷했다. "민주당 안에서 바른 소리 해주길 바랐는데 이젠 누가 그 역할을 할까요. 민주당 암담합니다. 친문 극소수 여론조작부터 없애야 민주당이 정도를 걸을 수있을 텐데", "금태섭 같은 분을 품지 못하는 민주당에 우리가 바라던 그 미래가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응원합니다. 그리고 내리신 그 결단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를 거라고 믿습니다"라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의 응원도 눈에 띄었다.

"기반과 규모가 있는 국민의힘이 답이다", "국민의힘만으로는 가지 말아달라" 는 등 그의 행보를 둘러싼 기대와 예측, 조언도 많았다. "만약 서울특별시장으로 출마한다면 야권표 분열 없도록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금 전 의원은 민주당 내의 대표적 소신파 의원이었다.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당론과 달리 기권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당의 징계를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땐 "우리 편을 대할 때와 다른 편을 대할 때 기준이 다르면 편 가르기다. 법무부 장관으로 큰 흠"이라고 비판해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금 전 의원의 '탈당 이유서'를 게시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 잘했어요. 어차피 그 당 바뀔 것 같지도 않고"라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 금태섭 전 의원 페북 게시 탈당 이유서 <민주당을 떠나며>

민주당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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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간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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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토론도 없었습니다.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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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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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힙니다.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의 책임도 큽니다.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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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정치학자 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얼핏 보기에 영리한 말을 했지만, 그런 영리한 생각이 결국 약자에 대한 극단적 탄압인 홀로코스트와 다수의 횡포인 파시즘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입니다.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세력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편을 나누면서 변화의 중대한 계기를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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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닙니다. 우리 편이 20년 집권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수도 없습니다.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갈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됩니다.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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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선 때 생애 첫 선거를 맞아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한 이래 계속 지지해왔고, 6년 전 당원으로 가입해서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으며 나름 기여하려고 노력했던 당을 이렇게 떠나게 되었습니다. 민주당에 있는 동안 고마운 분들도 많이 만났고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일한 분들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민주당이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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