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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7년간 수천명 피해…온라인 물품사기 '그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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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 총책‧조직원 등 30명 검거…이 중 14명 구속 송치

필리핀에 사무실 두고 조직적으로 범죄수익금 20여 단계 세탁

경찰 신고 못하도록 피해자 상대로 배달‧전화테러 등 협박도

피해자 모임 활동 '사기나라' 통해 수사 착수…2년 만에 '성과'

제주CBS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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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물품사기 조직이 중고장터 등에 올린 판매 글(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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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가까이 5천여 명을 상대로 수십억 원대 온라인 물품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원조격인 이들은 해외에 사무실을 두는 등 수사망을 피해왔으나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활동,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강모(38)씨 등 30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강씨 등 14명은 검찰에 구속 송치됐고, 이 중 10명은 최근 첫 재판이 진행됐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조직원 10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려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 7월 31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전국 각지의 피해자 5092명을 상대로 49억 원대 온라인 물품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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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품 통계(그래픽=제주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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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온라인 중고장터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자제품, 상품권 등의 물품을 판매하겠다고 글을 올려 피해자들의 돈을 가로챘다. 피해자당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위조된 신분증‧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한다거나 미리 포털사이트에 매장을 등록해 피해자가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후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것"이라고 하며 소비자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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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도(그래픽=제주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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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총책, 조직원 모집책, 통장모집책, 판매책 등으로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눴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돈을 대포통장을 통해 받으면 재택 아르바이트 수백 명의 계좌와 가상화폐 및 해외 거래소 등 20여 단계를 걸쳐 피해자 돈을 세탁했다.

특히 피해자들의 범죄 신고를 막기 위해 사기 범행 과정에서 알게 된 피해자 인적사항을 활용해 협박도 일삼았다.

피해자 전화번호를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해 이를 본 사람들이 전화를 걸게 하는 '전화테러'를 한다거나, 수십만 원 상당의 음식을 주거지로 보내 '배달테러'를 벌였다. 심지어 피해자 개인정보로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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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개요도(그래픽=제주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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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범행으로 자식이 노부부를 위해 오랫동안 모은 효도여행 비용이 한순간에 날아가거나 청년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쌈짓돈이 증발했다.

범죄 수익금의 80%는 총책 등 사장단 3명에게 돌아갔고, 나머지는 조직원들에게 월급과 성과보수 형태로 지급됐다. 총책 등은 이 돈으로 외제 차를 몰거나 필리핀 부동산에 투자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전부를 회수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월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기의 재구성-얼굴 없는 그놈을 잡아라' 편을 통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온라인 중고장터 전문 사기조직 '그놈'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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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 예고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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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해 1월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자경단인 '사기나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범죄를 인지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들의 주도면밀한 범행으로 검거에 애를 먹었으나 2년에 가까운 끈질긴 수사 끝에 사기 조직을 검거했다.

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은 "이번 수사를 통해 검거된 원조 격 조직의 범행 수법을 학습해 분화된 다른 신생 해외 사기조직의 존재 등도 확인됐다. 이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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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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