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중고사기로 50억 뜯어 필리핀 호화생활, 얼굴없는 그놈 잡혔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30여 명 조직원 구성, 5000여명 49억원 피해

항의 피해자에게는 음식배달 테러 등 가해

조선일보

금전. /일러스트=조선일보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중고장터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만 5000여 명이 넘고, 피해금액은 49억원에 이른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협박 등의 혐의로 강모(38)씨 등 30명을 검거하고 이중 1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고장터 사기단인 이들은 강씨를 주측으로 3명의 사장단을 꾸리고 모집책 1명, 통장 모집책 4명, 판매책 32명을 꾸려 2014년 7월부터 사기 행각에 들어갔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사무실을 차렸다.

범행 수법은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32명의 판매책은 네이버 중고나라와 블로그, 중고거래 사이트에 냉장고와 TV, 휴대전화, 상품권 등 판매 글을 게시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현혹된 피해자들이 연락 하면 카카오톡으로 유인해 대화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위조된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을 내세워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조선일보

온라인 중고사이트 사기단과 소비자가 나눈 대화내용. /제주경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짜 명의의 가게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포털사이트에 업체를 등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가짜 명함까지 만들어 피해자를 믿음을 샀다.

판매물품은 전자기기에서 명품시계, 상품권, 여행권, 골드바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가격도 1개당 4만5000원에서 최대 3120만원까지 광범위했다.

오규식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해 돈을 입금하면, ‘주문 폭주’ ‘택배에 문제가 있다’ 는 등 핑계를 대며 판매자들은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존 대포통장 방식과 달리 실제 통장 주인을 섭외해 돈세탁에 이용했다. 통장 주인들은 자신들이 재택근무 알바 형태로 정당한 일을 한 것으로 착각했다. 이들 대부분은 주부였다.

통장 주인들이 입금 금액을 조직에게 넘기면 이들은 가상화폐와 상품권 등으로 여러차례 거래하는 이른바 ‘믹싱’ 작업을 했다. 외국거래소까지 동원해 무려 20번의 돈세탁을 거쳤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2020년 1월까지 장장 6년에 걸쳐 5000여명을 상대로 49억원대를 챙겼다.

최종 수익금의 80%는 사장단 3명이 챙기고 나머지 20%는 모집책과 판매책이 나눴다. 수습은 한달에 300만원을 받았지만 3개월 후부터는 수입금의 10~20%를 인센티브로 챙겼다.

검거 당시 사장단은 벤츠 차량을 타고 필리핀에 부동산까지 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현금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조선일보

온라인 중고 사기단 조직도. /제주경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범죄는 2차, 3차 가해로 이어졌다.

이들은 피해자가 추적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이미 확보한 피해자의 이름과 연락처, 집주소를 활용해 2차 괴롬힘을 시작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배달테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피해자 거주지 주변 피자와 치킨, 중국집 등에 전화해 수십만원 상당의 음식을 피해자 집으로 배달시켜 치를 떨게 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배달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환불을 요구하는 일부 피해자에게는 나체 사진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카카오톡에서는 조롱과 욕설도 난무했다. 피해자 중에는 알바로 모음 쌈짓돈을 고스란히 빼앗긴 청년과 노부모를 위한 효도 여행 상품권을 구매한 자녀, 대학 합격 선물로 거금을 내민 부모도 있었다.

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은 “피의자들이 외국에 거주하고 돈세탁을 거쳐 추적이 어려웠다”며 “보복테러로 피해자들을 협박해 그동안 장기간에 걸친 범행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1월부터 첩보를 입수해 2년에 걸쳐 이들을 추적하고 조직원을 일망타진했다”며 “이들 조직에서 파생된 다른 신생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재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