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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K-패션’ 일본 10대 마음 빼앗다…한국 교복 입고 인생샷 찰칵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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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일본 에이전시 소속 모델들이 한국 교복처럼 디자인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체는 '한국 교복'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 학생들이 입는 교복은 아닌 거로 보인다. 현대비즈니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징용공 배상 문제 등 오래된 한·일 갈등에 이어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둘러싼 정치적 한일 관계는 날로 악화하고 있지만 민간분야의 교류는 이와 무관하게 활발한 모습이다.

1990년대쯤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지금 30~40대 한국 여성들이 일본 여학생들의 패션이나 화장 등을 따라 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일본 10대들이 한국 학생들의 패션을 따라 한다고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길은 막혔지만 이른바 ‘소셜네이티브 세대’(SNS 사용이 자유로운 세대)인 10대들에겐 큰 문제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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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복을 입은 모델(기무라 나나코) 현대비즈니스


◆‘K패션’ 일본 여학생 마음을 빼앗다

20일 현대비즈니스에 따르면 최근 ‘소셜네이티브 세대’이자 ‘Z세대’로 불리는 10대들 사이에서 한국 교복 패션이 유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행의 배경은 K-POP의 인기다. K-POP의 인기는 단순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에 그치지 않고 한국 화장품이나, 음식, 문화,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포털 라쿠텐 조사를 보면 한국은 5년 연속 10대 여성들이 패션을 참고하는 국가 1위를 지키며 Z세대의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같은 유행에 일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국 메이커나 한국식 패션을 선보인 일본 브랜드의 판매도 덩달아 호조를 보인다. 이들 기업은 10대들이 한국 패션을 좋아하는 걸 간파해 한국 아이돌 그룹이 입은 옷을 진열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10대들 사이에서의 입소문과 SNS를 타고 일본 전역에 확산하면서 화제가 되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소셜네이티브 세대’

코로나19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길이 막혀 민간 교류가 수개월째 감소했지만 ‘소셜네이티브 세대’인 10대들에겐 큰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지금 한국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한국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쿠텐 조사 결과 한국 패션을 참고하는 방법 중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나, 트와이스 등 연예인의 SNS을 참고한다는 답변이 순위에 올랐다.

신문은 “소셜네이티브 세대들은 일상에서 이용하는 SNS통해 한국 패션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따라 하기도 참고하기도 쉬운 것”이라며 “한류를 좋아하는 10대들에겐 한국 패션을 따라 하는 건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유행은 학생들이 입는 ‘교복’으로까지 확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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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학생, 교민들이 모여 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 한국 교복 대여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스티커 사진 등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현대비즈니스


◆한국 교복 입고 인생샷 찰칵

일본 여중·고교 교복은 과거 우리나라 1970~80년대 교복과 유사한 모습이다.

주름진 스커트에 재킷의 조합 또는 세일러복이 일반적이고 색상도 감색이나 남색 등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감이 있다.

기성세대들은 단정한 학생다운 모습이라고 자평하겠지만 10대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신문은 한국 교복이 더 ‘화려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교복은 타이트한 스커트나 주름이 큰 치마. 베스트(교복 속에 입는 조끼)로 옷맵시가 좋고 전체적인 길이가 짧은 한편 일본 교복보다 색이 화려한 느낌이라며 이러한 화려함이 10대들의 눈을 사로잡는다고 했다.

이같은 인기에 일본 학생들의 수요가 생기자 한국 교복 대여점이 일본 도쿄 중심가에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교복 대여점은 한국 유학생, 교민들이 모여 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 있다. 대여점을 찾은 일본 학생들은 한국 교복을 입고 한국 유행어인 ‘인생샷’을 찍으며 한류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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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9인조 글로벌 걸 그룹 NiziU 멤버들이 교복 입은 모습. NiziU 공식 홈페이지


◆유행의 계기는 ‘오타가츠(活)’?

신문 트렌드 전문 기자는 일본 10대들의 한국 따라잡기가 한류 인기 외에도 ‘오타가츠(活)’가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봤다.

‘오타가츠(活)’는 ‘오타쿠 활동’의 줄임말이다. 오타쿠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초기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으나 현재는 ’특정 취미에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 단순 팬이나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 등의 인식으로 변하고 있다.

신문은 오타쿠 활동을 하는 10대들은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에 관심을 보이며 팬이 되는 데 이같은 활동이 유행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웹 드라마 ‘A-teen’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한국에서 합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9인조 글로벌 걸그룹 멤버들이 한국 교복을 입은 모습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면서 유행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요즘 Z세대들에겐 SNS 사용은 기본”이라며 “10대들은 좋다고 생각한 것을 바로 공유하고 확산하는 등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다. 이같은 정보는 한국을 좋아하는 학생들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 또래에게도 널리 퍼져 유행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는 지역과 국가를 넘어 좋아하는 것을 속속 찾아내 도입하고 있다”며 “이같은 경향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교복 유행에 일본 아이돌들도 합류하면서 유행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추후 일본에서 어떤 한국 문화가 유행할지 기대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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