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마드센(오른쪽)이 교도소에서 탈옥해 몸에 가짜 폭탄을 두르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죄로 종신형 복역 중이던 덴마크의 발명가가 탈옥했다가 붙잡혔다. 그가 탈옥 후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은 방송으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인근 헤르스테드베스터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페터 마드센(49)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를 탈출했다.

교도소 측에 따르면 마드센은 총기처럼 보이는 물건으로 교도관을 위협해 탈출한 뒤 흰색 차를 타고 달아났고, 400여ｍ 떨어진 지점에서 탈옥 5분 만에 경찰에 발각됐다. 그는 폭탄 벨트로 위장한 물건을 몸에 두른 채 경찰을 위협하며 두 시간여를 대치한 끝에 결국 체포됐다.

이에 덴마크 현지 언론들은 마드센과 경찰이 대치하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마드센을 향해 경찰 저격수들이 총을 겨누는 장면까지 방송으로 전부 생중계됐다.

마드센은 과거에 개인 잠수함과 우주선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유명인으로, ‘덴마크의 일론 머스크’, ‘괴짜 발명가’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드센은 2017년 8월 자신이 직접 만든 잠수함에서 여성 기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바다에 유기한 범행으로 전 유럽을 경악케 했다.

당시 마드센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던 프리랜서 기자 킴 월을 자신이 만든 잠수함 ‘UC3 노틸러스’로 초청했다. 당시 30세였던 월은 영국 런던경제대(LSE),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 북한, 아이티, 우간다 등 세계 각지 누비며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유수의 매체에 기사를 기고해온 엘리트 기자였다.

그러나 월은 저녁 7시쯤 마드센의 잠수함에 탑승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고, 열흘 후 코펜하겐 인근 섬의 해변에서 팔다리와 머리가 잘린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의 나머지 부위와 옷가지는 몇 주 뒤에 바다에서 발견됐다.

마드센은 즉시 체포돼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법원은 마드센이 월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판단해 2018년 종신형을 선고했다.

마드센은 법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다가 결국 자신이 월의 시신을 토막 내서 바다에 유기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성폭행과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월이 죽은 건 잠수함 내의 이산화탄소 누출 탓”이라면서 부인했다.

그러나 결국 마드센은 지난 9월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말다툼 끝에 월을 직접 살해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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