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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종인 ‘노동개혁’이 모델로 삼은 독일 하르츠 개혁은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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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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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노동법 개정 여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독일이 진보정권 시절 단행했던 노동개혁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독일은 개혁 이후 노동 유연성이 높아지고 청년실업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청년실업 10.2%→4.9%, 배경은?



2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독일의 노동개혁이 있었던 2003년부터 2019년까지 지표를 분석해 본 결과,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는 그 기간동안 80위에서 38위로 42계단 오른 반면, 한국은 63위에서 144위로 81계단이나 급락했다. 이 순위는 캐나다 씽크탱크인 프레이저연구소가 조사했다. 또 이 기간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10.2%에서 4.9%로 크게 줄었지만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8%에서 8.9%로 오히려 악화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은 “고용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인건비 부담으로 청년고용이 위축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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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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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은 16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지난 9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도 25.4%에 달한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코로나19를 맞아 하반기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는 현실이 이런 수치를 뒷받침한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청년실업과의 관계를 연구한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를 나타내는 ‘노사협력’과 ‘임금결정 유연성’이 한 단계 개선될 때마다 청년고용률이 각각 4.8%포인트, 1.3%포인트 높아졌다”며 “청년 고용위기는 곧 국가경쟁 훼손인 만큼 국내 노동시장은 좀 더 유연하게 만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파견제한 2년 폐지했더니 실업↓



독일도 통일 이후 동독지역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경제위기에 허덕이며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에 진보정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 소속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하르츠 개혁’이란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실시했다. 하르츠는 당시 ‘노동시장 서비스 현대화’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페터 하르츠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화다. ▶파견기간 2년 상한을 폐지하고 ▶해고가 허용되는 사업장을 확대했으며 ▶고용보험료율을 인하하고 ▶법인세를 내리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고용주들이 신규 고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아 재취업 기회가 확산되고 실업률이 감소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독일은 이후 2006년 메르켈 정부에 들어서도 고용보험료율 인하, 해고제한 완화 등 노동개혁 기조를 이어 나갔다. 최근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 근로시간 예외조치를 도입해 보건·의료·생필품생산·물류 등의 분야에 폭넓게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노동개혁론이 바로 하르츠 개혁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경직된)노동법은 성역이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12년『왜 지금 경제민주화인가』에서 하르츠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더 강해지는 노동규제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수년간 이어진 경제침체 속에서도 파견·기간제 규제 강화, 노조 단결권 강화 등 노동시장 경직성을 강화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도입됐다. 특히 21대 국회에선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등 노사관계에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거 독일은 한국보다 노동시장이 더 경직적이었지만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해내 청년고용이 크게 개선됐다”며 “우리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내닫고 있는 청년실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의 주요 노동정책 비교〉

중앙일보

자료: 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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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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