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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방 3개짜리 새 집 못보고…‘인천 라면형제’ 동생 끝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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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화재로 중상을 입은 형제가 과거 편의점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모습.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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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는 방이 3개에요. 예쁘게 꾸며서 두 아들에게 방 하나씩 줄려고 해요.”

인천에서 끼니를 해결하려 라면을 끓이다 중화상을 입고 입원한 인천 초등생 형제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받던 형제 중 동생(8)이 21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한 끝에 세상을 떠났다. 불이 난 지 한 달 남짓 상태가 잠깐 호전돼 중환자실서 일반병실로 옮긴 지 20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동생은 전날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이날 오후 3시45분쯤 숨졌다. 동생은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었고 대화를 시도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의식을 회복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호흡기 치료에 중점을 두고 동생을 치료했다. 하지만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터라 형보다 회복이 더뎠다.



화재 사고 때 유독가스 많이 마셔 회복 더뎌



지난 20일 오후부터 동생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의료진은 호흡이 가빠지고 구토증세를 보이자 다시 중환자실로 옮겼다. 이날 오전 의료진은 기관 삽관을 시도했고 2시간 반 동안 심폐소생술도 진행했다. 그러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졌고 결국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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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에서 불이 나 초등생 형제가 중상을 입었다. [미추홀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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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집에서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던 중 발생한 원인 미상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당시 집에 없던 어머니는 둘째에게 ‘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했지만, 형제는 병원에 이송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형제를 인천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은 화상 치료를 위해 서울 한 화상 전문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형제의 사연이 주목을 받으면서 어머니가 두 아들을 방임한다는 이유로 신고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형제의 어머니가 두 아들을 방임한다는 신고를 2018년 9월 이후 세 차례 접수한 뒤 인천가정법원에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어머니에게 1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상담, 형제에게 12개월 동안 상담하라는 상담위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학교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형제는 집에 머무는 날이 늘었다. 그러던 중 화재 사고가 났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재검토 지적



형제의 화재사고를 계기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대면 안전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종식 의원은 “형제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원에 피해 아동 명령 청구를 제기한 이후 대면 안전 모니터링을 월 1회 실시한 데 그쳤다”며 “안전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하는 동시에 불시 가정방문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업무 수행지침을 개정하는 등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형제에 대한 온정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 형제의 지정 기부를 받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1000여명이 형제를 위해 써달라며 2억2700만원을 기부했다. 재단 측은 지정 기부 의사를 밝힌 이들 중 대부분이 형제의 치료비로 써달라고 부탁한 만큼 지정 기부금을 화재 피해 아동의 치료비로 쓸 예정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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