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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표 급한 트럼프, 공화 반대에도 민주와 손잡고 2300조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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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美 대선 D-12] 경기 부양책 놓고 ‘적과의 동침’ 트럼프 “더 증액”… 타결 급물살

미 대선을 2주 앞둔 20일(현지 시각) 2조달러(약 23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교감을 하고, 여당인 공화당이 반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서로 했던 말까지 뒤집으며 협상에 매달렸다. 두 사람은 원래 앙숙 관계다. 그런데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돈 보따리를 푸는 데는 적과 동지가 따로 없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 부양안과 관련해 “나는 민주당보다 더 큰 규모를 원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2500조원) 규모의 부양안을 제시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부양안 규모를 1조6000억달러(1800조원)에서 1조9000억달러(2160조원)로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보다 더 큰 규모”를 언급하면서 합의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6일 경기 부양안 협상 중단을 발표해 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다가 여론의 역풍이 불자 바로 다음 날 협상 재개를 선언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난 낙관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타결 시한으로 48시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은 “(마감 시한은) 합의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날”이라며 말을 바꾸고 협상에 열려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잇따라 말을 바꾸며 경기 부양안에 매달리는 것은 미국인들의 뜨거운 관심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2%가 새로운 2조달러의 경기 부양안을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코로나 부양안에는 국민 1인당 월 12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코로나로 고통받는 미국 서민들에겐 단비가 될 수밖에 없다.

NYT의 이번 조사에서 ‘누가 더 국가 경제를 잘 다룰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이 47%를 얻으며 48%를 기록한 트럼프와 별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가 최대 강점인 경제 분야에서도 바이든에게 따라잡힌 셈이다. NYT는 트럼프의 경제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로 미국 국민이 원하는 추가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 백인이 주 지지층인 트럼프로선 막판 뒤집기를 위해 부양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고, 민주당은 애초에 2조달러 규모의 부양안을 계속 추진해온 만큼 자신들의 성과라고 선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민주당은 돈 뿌리기에 적극적이다.

문제는 여당인 공화당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백악관과 민주당이 합의하더라도 공화당이 이 같은 대규모 부양책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도 이날 인터뷰에서 “모든 공화당이 나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동의할 것”이라고 말해 공화당에 반대 분위기가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 지난주 트럼프가 1조8000억달러 이상으로 부양안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밝히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재정적자 확대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매코널은 이날도 “백악관에 대선 전까지 부양안에 합의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상원의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 입장에선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 재정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빚을 내는 것을 꺼려 한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대규모 부양책이 표에 도움 될 수 있지만, 정부 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상원의원들은 각자의 선거에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규모 부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 지지를 받든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 상원의원 47명에, 공화당 상원의원 13명만 끌어오면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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