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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몰비용만 7000억, 신한울 3ㆍ4호기를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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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아리송한 판단... 탈원전 갈등 2라운드 예고
갑자기 건설 중단된 신한울 3ㆍ4호기 '뜨거운 감자'

한국일보

경북 울진 신한울 1,2호기 옆에 조성된 신한울 3,4호기 부지 전경. 한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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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 어정쩡하게 내려진 감사원의 결론에 돌아올 '탈원전' 후푹풍이 예사롭지 않다. 감사원에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 가운데 불합리하게 저평가된 경제성이 영향을 끼쳤다면서도 가동 중단 자체의 타당성 판단은 유보했다. 정부는 감사 결과와 무관하게 탈원전 정책을 강행할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친원전측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작스럽게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ㆍ4호기의 건설 재개 여부가 탈원전 갈등 2라운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원자력 업계 등에 따르면 친원전 시민단체인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은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며 신한울 3ㆍ4호기의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신한울 3ㆍ4호기는 건설 취소 상태인 천지 1ㆍ2호기(영덕), 대진 1ㆍ2호기(부지 미정)와 달리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 부지 조성이 이미 진행됐고 두산중공업에선 주기기(원자로ㆍ증기발생기ㆍ터빈발전기) 제작에 5,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당초 계획대로면 2022년과 2023년 말 차례로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과 함께 멈춰섰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도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취소하지 않고 '보류' 시켰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ㆍ대진 등 4기 건설 계획은 취소하면서 신한울 3ㆍ4호기만 제외했다. 한수원에선 "정부가 내준 발전사업 허가가 유효한 만큼 자의적으로 건설 취소를 할 수 없다"고 표면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건설 취소 시 두산중공업 등에 물어내야 할 수천 억 원의 배상금을 신경쓸 수 밖에 없어서다.

이와 관련, 최근 국감에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이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산업부는 한수원과 사전 협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한수원은 정부의 일방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 내용은 22일 열릴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또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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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ㆍ4호기 매몰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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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ㆍ4호기의 경우엔 대진이나 천지 원전과 달리 정부의 비용 보전도 받을 수 없다는 부분 또한 난감한 대목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원전 백지화로 인한 매몰비용(손실비용)은 신한울 3ㆍ4호기 7,790억원, 천지 1ㆍ2호기 979억원, 대진 1ㆍ2호기 34억원이다. 신한울 3ㆍ4호기의 손실액에는 두산중공업의 주기기 사전제작비용(4,927억원)과 공사용역비(1,066억원), 울진에 지급한 지역지원금(1,40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이 정부에 손실 보전을 청구하면 정부는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보전해줄 방침인데 신한울 3ㆍ4호기는 취소가 아닌 보류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비용 보전 대상이 아니다.

한수원이 산업부로부터 인가받은 신한울 3ㆍ4호기 공사계획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이 기간 내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저절로 취소된다. 이처럼 어정쩡한 신한울 3ㆍ4호기에 대한 해법을 두고도 친원전과 탈원전의 입장은 '공사 재개'와 '완전 취소'로 엇갈린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되고 경제성도 뛰어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매몰비용 때문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둘 중 한 곳이 주체적으로 나서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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