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통장 잔고 5조' SK하이닉스, 10조 인수자금 어떻게 조달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장 잔고 5조3000억원, 매수금액 10조3100억원(90억달러).

1차 중도금 2021년 말 8조200억원(70억달러), 잔금 2025년 3월 2조2900억원(20억달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계약 골자다. 양사는 양수양도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주고받기로 했다. 아직 대금 지급일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았지만 거래 자체가 국내 M&A(인수합병)사상 최대인 만큼 SK하이닉스의 부담이 만만찮다.


보유현금 5조원 쌓았지만 쓸 수 있는 돈은…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SK하이닉스의 보유현금이다. 현금성자산이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자산을 포함해 올 상반기 말 기준 5조3000억원 규모다. 메모리반도체 슈퍼호황기가 시작된 2017년 말 8조6000억원에서 40% 가까이 줄었지만 5조원대 현금이 적진 않다.

다만 현금성자산을 고스란히 인텔에 줄 수 있는 자금으로 보긴 어렵다. 반도체 산업이 매년 장비 구입이나 공장 유지·보수에만 수천억~수조원이 드는 대규모 설비산업이라는 점에서 현재 통장 잔고는 인수대금용보다는 상당부분 '생활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결국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권 조달 등 상당한 규모의 외부차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저금리·우량채 선호…차입 여건 훈풍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긍정적인 편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으로 우량채 투자심리가 강하다.

SK하이닉스는 올 2월에도 국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단일 건수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600억원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다가 사전 청약에서 기관투자자 자금이 2조원 이상 몰리자 규모를 늘렸다.

시장 관계자는 "발행 규모와 금리가 관건이겠지만 일단 SK하이닉스 자체에 대한 평가와 그룹 신용도까지 감안하면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2018년 20조원 영업익 수준의 실적 기대감도 솔솔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그룹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13조7213억원, 2018년 20조843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내년 실적이 2017년 수준 정도만 나오더라도 자금운용에는 상당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증권사별 평균 예상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5조200억원, 내년 영업이익은 8조6600억원으로 전망된다. 2022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1조8800억원 수준이다.


"불황에 공격 베팅"…차입 증가 부담은 우려

머니투데이

차입금 규모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은 부담이다. 4~5년 전까지 4조~5조원 수준이던 차입금 규모가 올 상반기 말 기준 12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순현금액으로 따지면 마이너스 7조원인 상태다. 인수대금을 고려하면 차입금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금을 앞으로 5년 동안 두 차례에 나눠 지불하기로 한 것도 이런 재무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업무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은 적정 인수가를 9조5000억~11조원으로 평가했다.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옵테인 사업을 빼고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총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7조8000억원, 순자산은 4조19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도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평가액만 보면 SK하이닉스가 상당한 웃돈을 얹어준 것으로도 보이지만 생산라인을 새로 건설해 장비를 투입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10조3000억원은 적정 금액으로 판단된다"며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조나 낸드플래시 성장성 측면에서도 호황이 아닌 불황에 경쟁사 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묘수"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