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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네가 누군지 안다. 트럼프를 찍으라" 섬뜩한 협박메일...이란, 러시아 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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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찍지 않으면 너를 쫓아갈 것”

미 정보당국 “이란-러시아 공작원이 배후로 추정”

미 대선이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핵심 경합주 지역의 일부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찍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서 보복하겠다는 취지의 협박 이메일이 유포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21일(현지시각)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존 랫클리프 미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란과 러시아의 공작원들이 유권자들의 신상정보를 획득해 이같은 협박메일을 발송하는게 가능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그러면서 “적들의 필사적 소행에도 불구하고, 투표의 보안은 철저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미국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이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플로리다,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알래스카주 소속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찍으라는 취지의 협박 메일이 도착하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협박 메일 수신이 확인된 지역 중에서 플로리다는·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이 배정돼있는 핵심 경합주로 이번 대선의 향방을 쥔 곳이기도 하다. 이 세곳에 걸려있는 선거인단수가 6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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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심 경합지역 유권자들에게 최근 살포된 이메일. 트럼프를 찍지 않으면 보복할 수 있단든 취지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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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언론들이 입수해서 보도했던 이메일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최근 민주당원으로 등록한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선 투표 시스템을 완벽하게 꿰고 있으니까요. 선거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당신을 쫓아가겠소. 당신이 이 메시지를 받았고 협조하겠다고 우리에게 알리려면 당적을 공화당으로 바꾸시오.”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이메일 수신자의 전화번호와 집주소까지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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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미국 마이애미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프라우드 보이스는 잘못한게 없다'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최근 트럼프를 찍으라는 협박 메일 중 일부 발신인이 프라우드 보이스로 돼있었지만, 이 단체는 그같은 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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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수신자가 투표일에 누구를 찍을지까지 들여다보고 있으며, 트럼프가 아닌 다른 후보에 투표할 경우 집으로 찾아가서 보복할 수 있다고 사실상 협박하는 내용이다. 일부 이메일의 발신자는 극렬 백인우월주의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라고 돼있으나 이 단체는 그 같은 이메일을 보낸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NPR은 사이버 전문가를 인용해 일부 이메일 서버는 유럽 발트연안국가인 에스토니아 서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의 추정이 맞다면 이란 등 미국의 적성국가에서 우익단체 등을 가장해 메일을 발송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에서 탈퇴하고 경제 제재 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의문도 제기된다.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 보안국의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투표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담은 협박 이메일이 유포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투표제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확신을 훼손하고 위협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민주당 측도 “FBI가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미 유권자 신상정보 보안의 취약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주요 정당등과 정치 단체들이 실제로 유권자들의 정보와 그간 투표 이력 등의 정보를 얻는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으며 그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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