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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쓰레기장' 된 부산 자전거보관소…폐자전거 방치에 절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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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운영에 CCTV마저 없어…방치 자전거로 공간 부족

이용객 "새로 구매한 자전거 몇 번이나 도둑맞아"

뉴스1

부산 강서구 도시철도 3호선 대저역의 자전거 보관소에 폐자전거 수십 대가 방치돼 있다.2020.10.16/뉴스1©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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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시민 편의를 위해 지어진 부산 강서구 지하철도 역의 자전거 보관소가 되레 폐자전거 '수집장'으로 변해 이용객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주차장이 무인으로 관리되면서 고장 난 자전거를 그대로 버려두거나 몰래 자전거 부품을 훔쳐가는 일이 잦다는 하소연이 이용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1일 취재진이 찾아간 도시철도 3호선 대저역 자전거 보관소에는 수십 대의 폐자전거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달 2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변이 온통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로 농민들이 출퇴근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이곳은 총 80여대의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강서구청이 2005년 부산 지하철 3호선 개통과 동시에 관리하고 있고, 방범 폐쇄회로(CC)TV 없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곳곳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녹슨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일부 자전거 바구니에는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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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도시철도 3호선 대저역 자전거 보관소 밖 길가에 '주차금지' 팻말에도 방치해 놓은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2020.10.20/뉴스1© 노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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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여러 자전거가 방치되면서 보관소 공간이 부족해지자 길가에 자전거를 방치해둔 이용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보관소 밖에 설치된 소화전에 '오토바이, 자전거 주차 금지' 문구가 부착돼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주차된 자전거만 수십 대에 달했다.

이날 이용객들은 폐자전거가 멀쩡한 공간마저 점령하면서 주차 공간을 빼앗겼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심지어 자전거를 몰래 훼손하거나 자전거 안장이나 바퀴 등 부품 절도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것이 현지 이용객들의 설명이다.

관할 구청인 강서구는 자전거 부품과 관련해 분실 신고가 현재까지 1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용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0년 이상 이용해 온 이모씨(76)는 "최근에는 자전거 의자 안장도 도둑맞았다. 나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이용객들의 물건이 가끔 사라지기도 한다"며 "현장에 관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차장 이용 안내문에는 '보관 자전거를 절취할 경우 형법 제329조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는 경고 문구가 있지만, 현장을 감독하는 사람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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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도시철도 3호선 대저역, 강서구청역 자전거 보관소에 있는 일부 폐자전거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2020.10.20/뉴스1©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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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시철도 3호선 강서구청역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는 70여대의 자전거가 보관돼 있으며 여기저기 녹슨 자전거가 많았다.

이곳 역시 현장 관리인이 없어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박모씨(76)는 "이곳에서 새로 산 자전거를 몇 번이나 도둑맞았다. 폐자전거 때문에 보관 공간이 부족했던 적도 많았다"며 "한 명쯤 관리해주는 분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강서구청은 자전거 보관소마다 별도의 관리자를 두기에는 인력 및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대저역과 강서구청역에선 한 차례 폐자전거 수거 작업이 이뤄졌지만, 여러 대의 자전거가 주차금지 구역을 점령하는 등 문제 해결에는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자전거 보관소는 시민들에게 공간만 빌려줄 뿐 분실 및 파손에는 책임지지 않는다"며 "방치 자전거가 쌓일 경우 처리 절차에 따라 공고 후 폐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 불편과 절도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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