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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년 맞았는데 이번엔 사망"…13명 숨진 독감백신 3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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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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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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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례가 총 13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각각 다른 회사의 제품을 맞고 숨진 것으로 확인돼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칠 새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곳곳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자들 대다수가 고령이지만 기저질환이 없었던 사망자들도 있고, 접종한 백신 모두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없던 것으로 파악돼서다.

최근 3년간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평균 2건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사망 사례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직접적 인과성이 확인되지는 않았고, 특정 백신에서 사망 등 중증이상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만큼 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 사망자들 모두 다른 제조사 백신 맞아…유통과정에서도 문제 無



22일 오전 10시 기준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13명은 80대 2명, 70대 6명, 60대 1명, 50대 1명, 10대 1명 등이다. 성별로는 남성 6명, 여성 5명이다. 지역별로는 인천·대전·대구·제주·서울·경기·경북 등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13명 중 2명은 유가족 요청으로 지역, 성별, 접종일, 사망일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최장 40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접종받은 백신 종류와 제조번호는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백신의 품명과 제조번호는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07, 13-18세용),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16, 어르신용),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Q60220039), 코박스인플루4가(PT200801, 어르신용), 플루플러스테트라(YFTP20005,어르신용), 지씨플루코드리밸런트(Q60220030, 어르신용),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022028, 비대상유료),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H22002, 어르신용), 보령플루V테트라(A16820012, 어르신용),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PT200802) 등이다.

또 이 백신들은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등 유통 온도에서 벗어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은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을 찾는 데에 난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질병청) 청장은 지난 21일 독감 백신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한 회사 제품이나 제조번호로 모두 사망했거나 한 의료기관에서 사망자가 많았다면 백신이나 보관, 접종문제를 의심해야 하지만,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종류와 지역이 다르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이를 "어느 정도 (백신과 보관 문제를) 배제할 수 있는 근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보관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또 "같은 날,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 제조번호 접종자에 대해 이상 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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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및 이상반응 신고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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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망자 대부분 '고령·기저질환'…매년 접종해왔는데, 왜?



17세 남고생을 제외하면 고령과 개인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사망자와 동일한 백신을 맞은 접종자 가운데 생명을 위협할 만한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서다.

경북 안동에서 사망한 10번째 사망자 A씨(70대·여)는 평소 당뇨와 부정맥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 그는 21일 오후 3시쯤 안동 시내 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한 이후 집에 혼자 머물던 중 쓰려졌고, 뒤늦게 귀가한 가족들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고혈압과 당뇨, 협심증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13번째 사망자 B씨(70대·여)도 20일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경북 성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에서 숨진 5번째 사망자 C씨(78·남)는 20일 낮 12시쯤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이상증세를 보여 약 1시간30분 뒤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치료 도중 21일 사망했다.

C씨는 파킨슨병, 만성폐쇄성질환, 부정맥 심방세동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15년부터 매년 꾸준히 동네 의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고, 이제까지는 아무 이상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만 C씨는 부검 소견에서 식사 도중 음식물이 목에 걸려 호흡이 어려워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돼 백신 접종과의 관련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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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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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저질환 없었는데도 사망…전문가 "백신과 연관성 낮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고교생이나 70대 이상의 고령임에도 기저질환이 없었던 사망자가 있어 백신과의 연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사망자 D군(17·인천)은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한 기저질환이 없는 10대 고등학생이었다. D군은 지난 14일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뒤인 16일 사망했다. 접종 전후로도 특별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대전에서 숨진 3번째 사망자 E씨(82·남)와 11번째 사망자 F씨(70대·여)도 기저질환이 없었다. E씨는 20일 오전 10시 동네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받고 약 4시간 뒤 자택에서 쓰러졌다가 이날 오후 3시쯤 숨졌다.

E씨와 같은 백신을 접종했던 F씨는 19일 오전 10시쯤 대전 유성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오후 구토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그는 다음날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22일 끝내 숨졌다. 대전시는 E씨는 PT200801, F씨는 PT200802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 코드는 같은 조건에서 단일로 생산된 그룹을 의미한다. 아직 같은 백신을 맞은 다른 사람들에게 특이사항이 발견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이 병원체를 죽여 만든 사백신이기 때문에 사망과 같은 중증의 심각한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반적인 부작용이나 과거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최근 사망 사건과 독감 백신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고 봤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적 상황이나 그동안 이상반응 사례를 보면 이번 사례도 백신과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전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도 2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밀조사가 필요하지만 (논란이 된) 다양한 백신들과 동일한 백신에 큰 문제가 없는 걸 봐서 일단 백신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고령자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것은 다른 사유, 혹은 자연사 등 단순한 순서상의 중복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질병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25건이다. 연도별로는 △2009년 8명 △2010년 1명 △2011년 1명 △2012년 0명 △2013년 1명 △2014년 5명 △2015년 3명 △2016년 0명 △2017년 2명 △2018년 2명 △2019년 2명이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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