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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설] 대주주 양도세 공포, 자본시장 충격 먼저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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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이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양도세 문제를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진다. 이중 ‘대주주 양도세는 적폐 중의 적폐입니다’는 22일 오전 기준 21만명이 동의했고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역시 동의자가 14만명이 넘어설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7년 세법개정을 통해 10억원 이상 보유인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낮춰 적용키로 했다. 이미 예고됐던 것이지만 기준강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세진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더 큰 문제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큰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주식시장 수급이 꼬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합쳐 3억원이 넘으면 대주주로 간주되는 가족합산 규정으로 ‘동학개미’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현대판 연좌제’ 논란이 일자 기재부가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연좌제’ 폐지만으로 안 된다는 비판이 여전히 거세다. 그러나 기재부는 핵심인 대주주 요건 강화와 관련해서는 요지부동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추경호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국민의힘에서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인 대주주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고 가족합산 조항은 폐지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연말 증시의 대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을 바꾸지 않더라도 시행시점은 늦추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의 자산시장 규모나 시중의 부동자금, 한국경제의 규모로 보면 대주주 기준 3억원은 지나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과도 어긋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월 “정부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인 부분이 아니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에 떠도는 돈이 넘쳐나는 지금,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 강화만 고집한다면 자칫 동학개미들이 어렵게 살려놓은 주식시장을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만 얘기하면서 밀어붙이기만 할 일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자본시장에 충격에 없도록 다시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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