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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더오래]죽어가는 동료의 무덤 만들고 추모도 하는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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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71)



중앙일보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인간과 여타 생물계는 지금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간의 욕심과 남용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재앙은 점차 인간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사진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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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배가 고팠다

사방팔방 붕붕 대며 흩어졌던 꿀벌

봉식이는 탐스러운 꽃 무덤에 빠져들었다

제 몸이 꽃가루 속으로 사라지고

향기와 하나 되는 세례에서 깨어나

환희의 몸짓 꽁무니 흔들기

내가 멋없이 팔자 춤이라 불러도

두 개의 반원과 또 다른 직선을 그려

허공에 무지개가 되는 떨림

일꾼이라면 누구나 읽어내는 이름을 썼다

평생을 바다 향기에 취해 떠도는 앨버트로스

하늘이 맺어준 짝을 찾아 또 믿고 살기, 信天翁

몸으로 울고 바라보며 그대 가리키고 깃털을 쪼았다

수십 년에 걸쳐 둘만의 춤을 추고는 멀리 날아갔다

내가 모르는 주파수로 벗을 부르는 이야기

코끼리와 박쥐도 자신만의 노래를 짓는다

코식이는 몸 떠난 뼈 무덤도 찾아 긴 코로

쓰담쓰담 영원한 잠을 기린다

막대기를 던지면 또박또박 물어오던 멍순이

가끔은 주인을 웃기려고 농담을 회수한다

새침데기 야옹이는 아주 짧은 햇볕으로도

잘 구워진 악보를 온몸으로 연주하는 게임을

몸치인 내게 놀아보자 가르쳤다

몸을 잊고 빈 말만 뱉었던 나는 늘 배가 고팠다

■ 해설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인간과 여타 생물계는 지금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간의 욕심과 남용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재앙은 점차로 인간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공기오염과 온난화로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다양한 생명의 종류가 사라졌다. 안전한 거처를 잃은 생명체들은 역으로 인류에게 치명적인 병을 감염시키고 예전에 없었던 병을 새롭게 창궐하게 만들어 복수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박쥐 안에 기생하고 있다가 중간숙주인 천산갑을 통해 서식지를 침범한 인간을 종간감염시킨 것이다. 사스 바이러스는 박쥐에 서식하다가 중간숙주인 사향고양이를 감염시켰고 사향고양이를 잡아먹은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인수공동감염을 일으킨 것이다. 없었던 바이러스가 새롭게 생긴 게 아니라 종간감염 결과 바이러스가 돌연변이 변종을 일으켜 그 감염 양상과 영향력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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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꽃 꿀을 발견하고는 공중에서 춤을 춘다. 사람 눈에는 8자 춤 같지만, 태양과 이루는 각도는 먹이가 있는 방향을 나타내며 춤추는 속도와 시간은 꿀이 얼마나 많은지 나타낸다. [사진 pi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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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개체가 체험한 정보를 외부와 나누고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그 정보 표현방법이 인간처럼 언어로 나타나지 않을 뿐 각자가 지닌 신체능력에 따라 독특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어떻게 보면 각 생명체가 독특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곧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언어는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세계가 있기 전에는 언어가 생겨나지 않았고, 언어가 있기 전에는 세계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자연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태껏 인간은 언어를 자신만의 것으로 생각하고 인간이 아닌 동물은 언어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오해하였다.

어쩌면 모든 종류의 생명체가 인간이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다함께 고통을 겪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동물학자가 영장류와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인지능력과 소통능력에서 뛰어나다는 걸 발견한 이후 각종 조류와 어류 심지어 양서류와 갑각류, 곤충까지도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 때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실재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철학의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혼란스러움을 경험하듯이 개의 언어와 고양이 언어, 코끼리 언어와 돌고래 언어를 배울 때 곤란함은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시각정보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지만, 개와 고양이는 냄새로 인식하는 게 더 자세할 수 있다. 개의 후각능력은 사람보다 천 배에서 수십만 배 발달돼 있다. 개는 냄새를 통해 과거 기억을 재생하는 능력이 있다. 즉 그들도 어느 정도까지 시간의 개념이 있는 것이다. 이때 꼭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다른 언어체계를 이용해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과 다른 후두를 지닌 고릴라는 목소리가 아니라 수어로 만든 언어로 양육자와 소통할 수 있다. 고릴라는 크다, 작다, 같다, 다르다와 같은 개념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며 자기 이야기를 새로 온 양육자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물이란 수어와 새란 수어를 혼합해 거위란 단어를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꿀벌은 꽃 꿀을 발견하고는 공중에서 춤을 춘다. 사람 눈에는 8자 춤 같지만, 태양과 이루는 각도는 먹이가 있는 방향을 나타내며 춤추는 속도와 시간은 꿀이 얼마나 많은지 나타낸다. 새로운 벌집을 만들기 위해 추는 춤도 있다. 정찰벌이 발견한 장소에 대해 춤을 추면 얼마나 오래 춤을 추었는지 시간으로 나타나고 다른 벌들이 찾아가 함께 춤을 추는데 결국 가장 많은 벌이 모여 춤을 춘 장소를 새 보금자리로 결정한다. 아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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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혼란스러움을 경험하듯이 개의 언어와 고양이 언어, 코끼리 언어와 돌고래 언어를 배울 때 곤란함은 당연한 것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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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믿는 새로 오래 산다는 뜻을 지닌 신천옹, 앨버트로스는 일부일처제로 60년을 넘게 살기도 한다. 그래서 배우자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태어나고 5년쯤 지나 성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구애 춤을 나이 든 새로부터 배운다. 울기, 바라보기, 가리키기, 깃털 쪼기 같은 신체 동작을 연결한 복잡한 형태의 춤이다. 그 후 1년에 몇 차례 짝짓기 철에 수 많은 상대와 더불어 춤을 추며 실력을 갈고 닦는다. 해가 갈수록 춤을 추는 상대가 적어진다. 3~4년 뒤에는 결국 한 마리 참사랑만 남는다. 함께 살게 된 두 새는 둘만의 춤을 추면서 독특한 춤을 개발하게 된다. 그 둘은 대부분 평생을 함께 지낸다.

코끼리는 코와 입을 통해 인간의 가청범위를 넘는 저주파를 낸다. 이런 초저음은 4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으며 크게 소리 지르면 7km 밖에서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저음을 통해 각자 공동체의 정보를 외부에 알리며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는다. 수컷은 사춘기가 되면 무리를 떠난다. 과거 사건과 개체를 잘 기억하는 코끼리는 오랫동안 우정을 나눈다. 죽어가는 코끼리가 생기면 무리의 코끼리는 주위에 둘러서서 코로 쓰다듬으며 위로를 한다. 흙과 나뭇잎으로 무덤을 만들어 준다. 때때로 무덤에 찾아와 그의 죽음을 추모한다. 인류의 조상처럼 죽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동물이 나누는 몸 전체의 언어가 더 실재적이고 자연과 소통하는 데 진실 되고 알맞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몇몇 종의 동물은 서로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것이 아니라 너라는 인격체 관계를 맺는 사이를 말한다.

그런데 아직도 인간은 동물을 그것이라 부르며 느낌과 생명이 없는 기계와 같은 취급을 한다. 심지어 같은 인간끼리도 가끔은 그것이라 부르며 인격을 지닌 관계로 대접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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