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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CJ대한통운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깊이 사과"… 택배 분류지원 4천명 투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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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000120)이 택배노동자의 연이은 사망 사고에 대해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택배 분류를 돕는 4000명을 별도로 도입하는 등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과 강도를 낮출 수 있는 대책을 제시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8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우선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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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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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는 박 대표를 비롯해 CJ대한통운 소속 정태영 택배부문장, 최우석 택배사업본부장, 한광섭 커뮤니케이션실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연이은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저를 비롯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면서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또 "이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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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박근희 대표이사의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CJ대한통운 한광섭 커뮤니케이션실장, 최우석 택배본부장, 정 택배부문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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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과 관련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과 강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별도의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1000여명을 포함한 규모로,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오전 7시부터 12시 사이에 업무 개시 시간 조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만약 초과물량이 나오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 개별 택배 기사에게 부담을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CJ대한통운은 다음으로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의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를 내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항목도 추가하기로 했는데 비용은 회사 측이 전액 부담할 방침이다.

CJ대한통운은 또 자동화 시설 확대를 통해 작업 강도를 낮추고,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해 택배기사들의 복지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Multi Point)를 추가 구축하는 한편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 근무 현장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은 고 김원종(48)씨가 숨진 지 약 2주 만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업무를 수행하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김씨는 배송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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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배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 추정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 분류 작업장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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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전날인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 분류 작업장 현장 시찰 후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택배운송업 관련 분류작업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노위 위원들은 택배 자동화 설비가 구축된 강남물류센터 곳곳을 살핀 뒤 박 대표이사, 택배노조와 함께 15여 분간의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당초 오는 26일 환노위 종합감사에서 박 대표를 비롯해 한진택배, 쿠팡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환노위는 과로사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온 분류작업을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을 통해 분류를 진행해도 오분류되는 비율이 나오고, 이는 그대로 택배노동자의 노동으로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노동자의 나이·건강·체력에 맞는 노동을 배당해 과로사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과 관련해서는 대리점이 아닌 본사가 직접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건강검진을 고도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에 힘쓰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8명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인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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