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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빠 명예까지 잃을 순 없다" 피격 공무원 아들이 文대통령에 보낸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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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우리 측 공무원 이모(47)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 서한에 회신한 답장이 공개됐다. 이씨 아들은 편지에서 “대통령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말씀에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며 “아빠를 잃었지만 어떤 분이신지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씨의 형 이래진(55)씨가 지난 22일 언론에 아들의 답장을 공개했다. 이씨는 당초 이 답장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해경이 이씨가 도박에 빠져 지내다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하자 해당 편지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이씨 아들은 편지를 통해 “보내주신 편지 감사하게 잘 받았다. 바쁘신 중에 제 편지에 답장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몇번을 읽고 또 읽으며 지금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대통령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말씀에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말씀과 직접 챙기시겠다는 약속을 믿는다”며 “아빠는 잃었지만 어떤 분이신지 너무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씨 아들은 이어 “저와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 해주신다는 대통령님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저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제 꿈을 이루기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저희 가족이 겪고 있는 지금 이 고통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대통령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 약속을 믿고 기다리겠다”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A4용지 1장 분량의 이 편지는 지난 19일 등기우편으로 발송됐다.

세계일보

연합뉴스


이래진씨는 편지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해양경찰청이 중간조사 결과랍시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는데 이는 여론전”이라며 “고교 2학년이 쓴 편지를 (해경도) 봤을 텐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 (조카의 심정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22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실종자 이씨는 출동 전후에 수시로 인터넷 도박을 하는 등 도박에 깊이 빠졌고, 실종 직전 동료·지인 30여명에게 받은 꽃게 대금(약 730여만원)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기상 상황 등이 양호했기에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이씨의 아들이 지난 8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첫 편지에는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등 분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흘 뒤인 12일 답장을 보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위로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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