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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글스, 아버지, 팬…'한화의 자존심' 김태균은 세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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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2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은퇴기자회견 중 눈물을 닦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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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정명의 기자 = '한화의 자존심' 김태균(38)이 세 번 울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은퇴 기자회견장에서는 달랐다.

김태균은 지난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20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오후 2시께. 먼저 그동안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눌 시간이 준비돼 있었다. 한화 선수단이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원진을 이룬 채 김태균을 기다렸고, 정장 차림의 김태균이 등장해 다 함께 "한화 파이팅"을 외쳤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3시가 되자 취재진으로 가득 찬 홍보관에 김태균이 들어섰다. 덤덤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김태균은 정민철 단장, 최원호 감독대행, 주장 이용규로부터 차례로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가볍게 포옹도 했다.

본격적으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김태균의 첫 번째 눈물이 나온 타이밍이다. 그는 "안녕하십니까. 한화 이글스 김태균입니다"라고 말한 뒤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태균이 감정을 추스르기까지 어림잡아 3분 이상이 걸렸다.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 2001년 입단한 뒤 일본 진출 2년(2010~2011년)을 제외하곤 줄곧 김태균의 정체성이었다. 은퇴를 선언한 이제는 그 정체성에 변화가 찾아온다. 그 안에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을 터. 그렇게 김태균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죄송하다며 말을 이어간 김태균은 "20년 동안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던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주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선수들의 도전 정신을 일깨워주신 구단주 김승연 회장님, 신인 시절부터 보살펴주신 역대 한화 감독님들, 힘들 때마다 최선의 경기력을 위해 도와주신 여러 코치님들, 함께 땀 흘리고 고생한 선수들, 아들 김태균만 바라보고 사셨던 부모님, 집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 김태균은 특유의 진중하고 느린 말투로 고마운 사람들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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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2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은퇴기자회견중 눈을 감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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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의 두 번째 눈물은 '팬'과 함께 흘렀다. 김태균은 "언제나 시즌 시작 전 팬들에게 '올 시즌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우승의 기쁨을 팬들과 나누고 싶다'며 희망을 드렸는데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까지 말한 뒤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태균의 눈가는 다시 붉어졌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김태균은 "정말 죄송하다. 내 남은 인생에서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힘겹게 말을 계속해 나갔다.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김태균을 또 울게 했다.

세 번째 눈물의 이유는 '가족'이었다. 어렵사리 준비한 인사말을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던 김태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를 꼽아달라는 말에 신인 시절 첫 안타를 언급했다.

김태균은 "신인 때 첫 안타였던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가 TV로 보시다가"라며 다시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태균은 "(아버지가) 우셨다. 그렇기 때문에 첫 안타이자 첫 홈런, 그 타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김태균에게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다. 김태균이 야구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김태균을 상징하는 등번호 52번도 아버지가 골라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질문,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말에 김태균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무것도 모를 때 아버지가 야구를 시켰다"며 "친구들과 뛰어놀고도 싶어서 어린 나이에 방황 아닌 방황도 했지만 아버지가 잡아주셔서 중학교 때부터는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또한 김태균은 "아버지가 중학교 시절 외진 곳에 실내 연습장도 지어주셔서 거기서 피칭, 배팅 연습도 할 수 있었다"며 "아버지는 운동 끝나고 집에 오면 스윙을 천개씩 안 하면 잠을 안 재울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셨다"고 아버지가 자신의 스승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이글스, 팬, 가족을 떠올리며 세 차례나 눈물을 흘린 한화의 레전드 김태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는 "진짜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며 평소의 명랑한 표정을 지었다. 별명 부자 김태균의 현역 마지막 별명은 '김울보'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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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22일 오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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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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