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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리 아이 독감 주사 맞아도 되나요?" 백신 접종 사망…부모들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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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아기 접종해도 되나", "불안하다" 호소

정은경 "백신 접종 적정 시기 있어…접종 중단 어렵다"

전문가 "사망 사례, 백신과 직접적 연관 없다"

아시아경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난 20일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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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6개월 된 아이를 둔 김모(29)씨는 자녀의 독감백신 접종을 앞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그는 "아기들은 독감 감염에 더 취약해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데 사망 소식이 계속 들리니 걱정"이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찝찝한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백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단 접종을 미뤄둔 상태"라며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에게도 '아직 접종하지 말고, 며칠 더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목숨을 잃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아직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감염병 동시유행)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계획했으나, 연이어 나오는 사망사고로 인해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는 백신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접종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전날(22일) 오후 4시 기준 독감 백신 접종 후 누적 사망신고 사례 건수는 25건(명)이다. 그러나 23일 오전 8시 기준 4명이 추가 발생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는 총 29건으로 집계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25건이다. 한 해 평균 2명으로, 이중 독감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6일부터 일주일 새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30건에 달하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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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등에서 자녀의 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부모들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맘카페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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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자녀의 접종을 주저하는 부모들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면역력이 낮아 독감 감염에 취약하지만 잇단 사망 사고에 백신 접종이 망설여진다는 의견이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6개월 된 자녀를 뒀다고 밝힌 한 회원은 "독감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뉴스 때문에 고민된다"면서 "안 그래도 면역력이 약한 6개월 아기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게시물에 누리꾼들은 "9개월 아기 2차 예방접종 해야 하는데 저는 포기했다. 이런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데 찝찝해서 맞출 수가 없더라", "얼마 전 7개월 아기 접종했는데, 사망기사가 계속 나와서 괜히 맞췄나 싶고 되레 불안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시민들의 우려로 자칫 백신 접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질병청은 독감 백신의 항체 형성 시기(2주)와 11월 독감 유행 시기를 고려하면 예방접종 사업을 더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11월 초까지는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백신의 효과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제품의 안정성 문제는 아니라서 접종 중단은 적절치 않다. 접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방접종의 적정 시기가 있기 때문에 접종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 또한 백신 자체에 문제가 없다며 백신 접종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망한 사례들이)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된다"며 "신종플루가 발생했던 2009년에도 비슷했다. 당시에도 사망신고가 상당히 많았었다. 그러나 그때도 역학조사에서 연관성이 없다고 증명된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망한 사례들이) 특정 백신과 연관됐거나 특정 병원에서 맞았을 때 문제가 됐다면 이미 중단을 했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게 되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 유행하고, 인플루엔자에 의한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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